최근 심각한 부진에 선수들은 팬·경영진과 설전
신임 감독은 선수단 장악 실패하고 ‘종이컵’ 논란까지
외신들 “팀 안팎 이어주던 손흥민 리더십 부재가 타격”
신임 감독은 선수단 장악 실패하고 ‘종이컵’ 논란까지
외신들 “팀 안팎 이어주던 손흥민 리더십 부재가 타격”
‘국뽕’으로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여름 손흥민이 미국으로 떠난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빅6′ 중 하나로 꼽히던 토트넘 홋스퍼가 올 시즌 사상누각처럼 무너지고 있다. 최근 디 애슬래틱 등 스포츠 전문 매체들과 영국 현지 언론들은 “토트넘 선수단 안팎을 이어주던 손흥민의 리더십 부재가 토트넘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시즌 EPL에서 고전하던 토트넘은 손흥민의 헌신적인 리더십을 필두로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커리어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고, 토트넘 역시 2007-2008시즌 리그컵 이후 16년간 계속된 우승 가뭄을 해소했다.
이후 손흥민은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며 올 시즌 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로 진출했다. 토트넘도 ‘포스트 손흥민’ 시대를 야심 차게 준비했다. ‘짠돌이’로 불리던 다니엘 레비 회장을 전격 경질하고 ‘이적 시장의 큰손’으로 변모해 유럽 내 스타급 선수들을 마구 영입했다.
토트넘 홈 구장 인근 3층 높이 건물 외벽에 그려진 손흥민 벽화. 지난 5월 유로파리그 우승 당시 모습을 그린 것으로 토트넘의 레전드인 손흥민의 모습을 담았다./로이터 연합뉴스 |
지난 시즌 EPL에서 고전하던 토트넘은 손흥민의 헌신적인 리더십을 필두로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커리어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고, 토트넘 역시 2007-2008시즌 리그컵 이후 16년간 계속된 우승 가뭄을 해소했다.
이후 손흥민은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며 올 시즌 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로 진출했다. 토트넘도 ‘포스트 손흥민’ 시대를 야심 차게 준비했다. ‘짠돌이’로 불리던 다니엘 레비 회장을 전격 경질하고 ‘이적 시장의 큰손’으로 변모해 유럽 내 스타급 선수들을 마구 영입했다.
감독도 교체했다. 유로파 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지난 시즌 리그에선 부진(17위)했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EPL 중소 클럽 브렌트퍼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덴마크 출신 명장 토마스 프랭크를 새 감독으로 데려왔다.
이렇게 야심 차게 2025-2026 시즌을 준비한 토트넘인데, 시즌 중반이 지난 현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16일 현재 토트넘은 리그에서 21경기를 치른 현재 7승 6무 8패 승점 27점으로 리그 14위에 처져 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는 1승 4무 5패로 극도의 부진이다. 지난 11일에는 FA컵 3라운드(64강)에서도 애스턴 빌라에 1대2로 패하면서 조기 탈락했다.
당장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영향도 있지만, 근래 토트넘 선수단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토트넘 선수단의 기강과 분위기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11일 애스턴빌라와의 영국 FA컵 경기에서 애스턴 빌라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토트넘 선수들. /로이터 연합뉴스 |
지난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 중에는 패배에 뿔이 난 일부 토트넘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하는 애스턴 빌라 선수들과 충돌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 8일에는 2대3으로 역전패한 본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주전 수비수인 미키 판 더 펜 등이 원정까지 응원 온 토트넘 팬들에게 다가가 설전을 벌였다.
여기에다 현재 토트넘 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SNS에 구단 운영진을 저격하는 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우리 팀을 어디든 따라와 주시고, 항상 곁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 주실 모든 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면서도 굳이 후미에 “이런 순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이야기해야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몇 년째 그래왔듯, 일이 잘 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썼다. 마치 구단 수뇌부가 비겁하게 뒤로 숨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로메로는 이 글도 논란이 되자 글 후미 문구를 삭제했다.
지난 8일 토트넘 홋스퍼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본머스와의 원정 경기 전 토트넘의 라이벌 구단 아스널의 로고가 새겨진 종이컵을 들고 그라운드에 나타난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
선수단이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건 사실상 새 감독인 토마스 프랭크가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런데 설상가상 본머스와의 경기 전에는 감독 본인까지 덩달아 사고를 쳤다.
이날 경기 전 프랭크 감독은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그라운드에 나타났는데, 하필 이 종이컵에 토트넘의 가장 적대적인 런던 라이벌 아스널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라이벌 팀의 종이컵에 태연히 커피를 타 마시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그대로 언론에 노출됐고, 토트넘 팬들 사이에선 큰 논란이 됐다.
알고 보니 토트넘보다 먼저 본머스와 원정 경기를 치른 아스널 선수단이 이 종이컵을 원정 라커룸에 두고 갔는데, 프랭크 감독이 무심코 이 컵을 들어 커피를 타 마신 것이었다. 경기 후 프랭크 감독은 “별 생각없이 컵을 들어 커피를 마셨는데 하필 그 컵에 아스널 로고가 있는지 몰랐다. 최근에 성적이 좋았다면 이런 일로 논란이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더 분발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프랭크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붙고 있다. 토트넘 현지 팬들은 최근 “구단 경영진이 나서서 해명하라”며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토트넘 현지 서포터스 그룹은 성명을 통해 “구단 고위 관계자들은 현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해결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어떤 비전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장 팀이 운영되는 모습에선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포츠 매체와 현지 언론들은 이처럼 사분오열된 토트넘의 심각한 위기는 손흥민의 리더십 부재가 뼈아프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래틱은 토트넘의 총체적 난국을 분석하며 “토트넘이 손흥민을 그리워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라커룸을 하나로 묶는 역할뿐 아니라 팬들과 소통하는 통로 역할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후반부 팀의 주장을 맡에 부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과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로이터 뉴스1 |
실제로 친화력을 앞세운 손흥민 특유의 ‘브로맨스’ 리더십은 토트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중론이다. 친화력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손흥민은 크리스티안 로메로, 히샤를리송처럼 다혈질 기질의 남미 선수는 물론 팀의 베테랑으로 프로의 모범으로 꼽히는 벤 데이비스, 막 이적한 신입생 아치 그레이 등과 폭넓게 교류하며 이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러다 손흥민이 사라지자 토트넘 선수단은 서로를 이어주던 구심점을 놓치며 무너지는 모습이다. 특히 손흥민 밑에서 부주장을 맡다가 주장 자리를 넘겨받은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축구 실력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으나 승부욕이 지나치게 강하고 다혈질이라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거듭해서 나오고 있다.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니 선수단 전체로 이런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탁월한 전술가로 평가받았지만, 감독 커리어에서 토트넘과 같은 ‘빅 클럽’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존심 강한 스타급 선수들을 통제하고 높은 기대치를 가진 구단 경영진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건 이런 신임 감독에게 다소 벅찬 일이다. “하필 이런 시기에 토트넘 내에서 소통 능력이 가장 뛰어났던 손흥민이 부재한 건 프랭크 감독은 물론 선수단에도 큰 공백”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외신들은 “손흥민이 떠난 이후 토트넘 팬들의 마음을 이끌어 줄 스타급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손흥민은 2010년대 불세출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과 함께 ‘영혼의 듀오’를 이루며 EPL에서 중상위권을 전전하던 토트넘을 리그 2위,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까지 이끌며 토트넘의 인기와 위상을 현격하게 끌어올렸다.
지난 2023년 해리 케인이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하면서 사실상 팬들이 인정하는 ‘톱 클래스’ 선수는 손흥민이 거의 유일했다. 토트넘도 이를 의식해 이번 이적 시장에서 야심 차게 여러 스타 선수를 영입했지만 모두 손흥민의 존재감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지 언론들은 “토트넘의 유니폼 및 경기 입장권 판매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한다.
최근 토트넘 경영진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손흥민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15일 과거 EPL 첼시의 주장 출신이자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코너 갤러거를 이적료 4000만유로(약 683억원)에 급하게 영입했다.
당장 주전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영입이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배경엔 스타 선수들이 많은 첼시에서 주장까지 맡았던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인 갤러거가 선수단 안팎에서 손흥민 리더십의 공백을 해소해주길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동시에 토트넘은 16일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조기 경질하는 대신 욘 헤이팅아 신임 수석코치를 영입해 프랭크 감독의 부족한 리더십을 보완하기로 했다. 욘 헤이팅아 코치는 현역 시절 네덜란드 국가대표 수비수로 리더십이 강했고, 특히 지난 시즌 EPL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에서 수석 코치를 맡은 경력이 있다. 디 애슬래틱은 “헤이팅가는 지난 시즌 리버풀의 리그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리버풀의 발전에 도움을 준 헤이팅가의 경험은 위기에 놓인 프랭크 감독과 토트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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