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美 선거구 재조정에 “위헌적 인종 게리맨더링”... 연방 판사, 반대 의견

조선비즈 백윤미 기자
원문보기

美 선거구 재조정에 “위헌적 인종 게리맨더링”... 연방 판사, 반대 의견

서울맑음 / -3.9 °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연방 하원 선거구 재조정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연방대법원으로 향하게 됐다. 연방 항소법원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논란을 받아온 선거구 지도의 효력을 유지했지만, 소수 의견을 낸 판사는 해당 지도가 인종을 기준으로 한 위헌적 게리맨더링(선거구 재획정)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8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주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최근 선거구 재조정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 휘말려 있다. /AP=연합뉴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8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주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최근 선거구 재조정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 휘말려 있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에 따르면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은 캘리포니아 공화당과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승인한 의회 선거구 재조정안이 연방 투표권법을 위반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2대 1로 해당 지도의 효력을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는 차기 연방 하원 선거에서 이 지도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문제의 지도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를 늘려 최대 5석의 하원 의석 확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가 인구조사 이후 10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선거구 재조정이 아닌 중간 시점에 선거구를 다시 그린 데서 비롯됐다. 캘리포니아는 주민투표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의 주민발의안인 ‘프로포지션 50’을 통과시켜 중간 선거구 재조정을 허용했으며, 이는 텍사스가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조정을 추진한 데 대한 대응 성격이 강했다.

다수 의견을 낸 재판부는 해당 선거구 지도가 히스패닉과 라틴계 유권자의 대표성을 강화했다는 이유만으로 투표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정 인종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됐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위헌적 인종 차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유권자들이 직접 승인한 지도라는 점도 고려 요소로 들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낸 케네스 리 판사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그는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하원 의석을 늘리기 위해 인종을 선거구 설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리 판사는 “최소 한 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인종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노골적인 인종적 게리맨더링이라고 규정했다.

리 판사는 특히 선거구 지도를 설계한 폴 미첼 민주당 선거 전략가의 역할을 문제 삼았다. 그는 선거구 설계를 둘러싼 공식 청문 절차에는 출석하지 않았던 미첼이 정치권 인사들에게는 “라틴계 다수 선거구를 보장하기 위해 지도를 설계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종이 단순한 고려 요소가 아니라 설계의 출발점이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설명이었다.


또한 리 판사는 민주당 주도의 중간 선거구 재조정이 단순한 정치적 대응을 넘어 인종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당파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 시도였다고 판단했다. 그는 “텍사스의 선거구 재조정에 대한 대응이라는 명분이 인종을 동원한 정치 공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캘리포니아 선거구 재조정을 둘러싼 논쟁은 연방대법원 판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캘리포니아 공화당은 판결 직후 연방대법원에 해당 선거구 지도의 효력을 잠정 중단해 달라는 긴급 금지명령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유권자들이 정치적 균형 회복을 선택했다”며 항소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이번 재조정이 공화당 주도의 다른 주 선거구 재편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인종과 정치적 대표성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다른 주들의 선거구 재조정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전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