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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수주 논하는 안규백의 '신중론'…속 뜻은?

뉴스웨이 김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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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수주 논하는 안규백의 '신중론'…속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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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국내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두고 정부가 이례적인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절충교역의 대상인 현대자동차 공장을 캐나다에 세우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전략적 판단 없이는 협상이 진전되기 어려운 현실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K-방위산업 관련 토론회에서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CPSP)에 대해 "현재로서 가능성은 반반, 상당히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캐나다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애로사항이 있다. 국내 시장이 제한되는 문제"라며 신중한 기조를 보였다.

이 같은 안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민간 기업의 해외 투자 결정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인정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캐나다가 현대자동차 공장 신설을 요구한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의 결단 없이 협상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는 평가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은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건조 비용과 30년간 유지·보수·정비(MRO), 성능 개량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으로 참여해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랐고, 경쟁 상대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다.

문제는 해외 조선 수주 경쟁 구도가 기술을 넘어 '국가 산업 패키지'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수주와 동시에 자국 내 고용과 산업 육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자동차 산업 투자를 협상의 지렛대로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는 독일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자회사 파워코를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배터리 공장 투자를 확정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캐나다 록테크리튬과 연평균 1만톤의 리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캐나다가 요구하는 '자동차 산업 유치' 조건을 일부 충족한 것으로, 독일은 이를 수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북미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캐나다 완성차 신공장 설립은 물류·인건비·시장 규모 측면에서 사업성이 약해 부담이 큰 투자라는 평가다.

더욱이 방산 수주를 위해 민간 기업의 해외 투자를 전제로 하는 거래 구조는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이 거래가 선례로 남을 경우 다른 방산 수입국에서도 무기 도입 조건에 '수주용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방산 수출 협상 방식을 흔드는 사안으로,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배경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안 장관의 '국내 일자리' 언급은 정책적 고민보다는 현대차가 결정 내기 어려운 현실과 정부 입장에서의 부담을 외교적으로 설명한 발언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수주전의 핵심 변수는 절충교역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한국의 잠수함이 가성비와 기술·납기 능력 등에서 독일보다 우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잠수함 사업 평가 항목에서 성능 평가(20%)와 산업기술 혜택·고용 창출 등 경제적 혜택(15%) 간 비중 차이가 크지 않다. 성능 격차가 미세하다면, 경제적 기여도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선택이 이번 수주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폭스바겐·벤츠가 협상안을 꺼낸 상황에서, 현대차가 협상 테이블에 올릴 만한 카드를 제시할 경우 판세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 기술 경쟁력과 별개로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방산 수출이 대통령과 방산 기업뿐 아니라 재계 총수와 산업 전반까지 얽힌 고난도 협상 국면에 접어든 사례로 평가된다. 정부 대 정부(G2G) 협상 역시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는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의 글로벌 투자 판단을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현대차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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