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5일 ‘국가대표 AI(인공지능)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5개 정예팀 중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를 1차 탈락시키면서 ‘패자부활전’ 카드를 꺼냈습니다. 당초 5개팀에서 1개팀만 탈락시키려 했지만, 네이버클라우드의 독자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2개팀이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번에 탈락한 정예팀은 물론 과거 정예팀 선정에서 탈락한 기업 등 모든 기업에게 기회를 다시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아량에도 이미 탈락의 고배를 마신 네이버, NC AI, 카카오 등은 재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패자부활전이 흥행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독자성 기준 엄격·자체 AI 로드맵에 집중·정부 의존도 낮추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기업들이 재도전을 꺼리는 이유는 세계적 기준보다 엄격한 정부의 독자성 평가, 재도전 실패 시 기업 이미지 손상 우려, 자체적인 AI 개발 로드맵에 집중하고 정부 프로젝트에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판단 때문입니다.
특히 1차 평가에서 대부분의 전문가가 탈락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외되고, 네이버가 재도전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득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체 로드맵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원 확보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오히려 정부 규칙에 의존하고 상호 협의가 필요한 컨소시엄 형태가 아닌 스스로의 역량 키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자율적인 혁신으로 세계적으로 선택받는 AI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모티프테크놀로지나 KT의 경우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AI 성능 평가 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에서 상위권에 드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래픽=정서희 |
◇ 독자성 기준 엄격·자체 AI 로드맵에 집중·정부 의존도 낮추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기업들이 재도전을 꺼리는 이유는 세계적 기준보다 엄격한 정부의 독자성 평가, 재도전 실패 시 기업 이미지 손상 우려, 자체적인 AI 개발 로드맵에 집중하고 정부 프로젝트에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판단 때문입니다.
특히 1차 평가에서 대부분의 전문가가 탈락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외되고, 네이버가 재도전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득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체 로드맵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원 확보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오히려 정부 규칙에 의존하고 상호 협의가 필요한 컨소시엄 형태가 아닌 스스로의 역량 키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자율적인 혁신으로 세계적으로 선택받는 AI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모티프테크놀로지나 KT의 경우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AI 성능 평가 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에서 상위권에 드는 성과를 냈습니다.
1차 결과가 발표된 직후 재도전하지 않겠다는 기업들에 대해 네티즌들은 “나랏돈 받으며 휘둘리지 말자 아닐까” “기업은 기업의 비전을 추구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제대로 된 기준도 없는 국가대표 AI에 참여 안 하는 게 낫다” “정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사업성은 이게 더 좋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
◇ 모호한 기준에 룰까지 바뀌며 불확실성 커져
정부의 국가대표 AI 사업은 사실 초반에는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1차전에 참여한 네이버클라우드·업스테이지·SK텔레콤·NC AI·LG AI연구원 외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카카오, KT, 코난테크놀로지, 카이스트, 루닛, 바이오넥서스, 사이오닉AI, 정션메드, 파이온코퍼레이션 컨소시엄이 앞다퉈 참여하고자 경쟁했습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외국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산업과 공공 영역에 적용 가능한 기반 AI를 확보하려는 국가적 목표와 대규모 정책적·재정적 지원, 국민 체감형 AI를 지향한다는 취지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해가 바뀐 뒤입니다. 지난해 12월 30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회 이후 공개된 모델에 대한 중국 모델 차용 논란이 5개팀 중 3개팀에서 불거졌습니다. 정부가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AI 모델을 처음부터 직접 개발하는 것) 기준에 대해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평가 기간이라는 이유로 명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그동안 의구심이 커져 간 프롬 스크래치 기준에 대해 1단계 결과 발표 날인 지난 15일 설명했습니다. 류 차관은 “기술적으로는 오픈소스를 쓰더라도 가중치를 초기화한 후 학습, 개발을 수행하는 것이 모델의 독자성 확보를 위한 최소 조건”이라며 “완전한 우리 기술로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라이선스 제약 없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스스로 개발 및 고도화해야 하며, 오픈소스 활용으로 인한 외부의 통제·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준이 이전보다 명확해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고무줄식 기준에 기업들은 참여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장 역시 2차 평가 기준에 대해 “프롬 스크래치에 대한 부분은 학계나 업계 그리고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서 정도에 따른 차등, 배점을 더 구체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2차에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에서 갑자기 패자부활전을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한 참여 기업은 “심판인 정부에 적극적으로 항의할 수는 없지만, 결국 패자부활전은 능력은 좋은데 독자성 기준에서 미달됐다는 네이버를 참여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며 “고무줄식 정책에 들러리가 될까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도전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룰이 바뀐 것은 외부 주체한테 영향을 받았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 ‘AI 경쟁 활성화’ 자평… 기업과 정부의 동상이몽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진 사이 정부는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AI 업계 전반에 대한민국 AI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국내 AI 기업, 학계, 연구계 간 전방위적 협력과 선의의 혁신 경쟁이 확대됐다고 자평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가 (한국 정예팀이) 공개한 파운데이션 모델 3개가 최근 인기 급상승 목록에 올랐다고 소개하며, 이를 “오픈소스 AI에 대한 국가 지원의 결과”라고 평가한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정예팀 5곳 모두 (AI 연구 기관인) 에포크 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등재되는 것을 주요 성과로 꼽았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때문에 경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AI 시대 모든 기업이 AI에서의 기회 창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정부와 참여 기업 간의 동상이몽도 있습니다. 국가대표 AI 1차 평가에 참여한 정예팀 5곳은 대부분 국가대표 AI라는 타이틀 때문에 참여했다는 반응이 큽니다. 최종 2개 정예팀으로 선정될 경우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죠. 한 참여사는 “탈락할 경우 ‘K-AI’ 인증마크를 못 써 쓸 수 있을 때 더 많이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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