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뉴스웨이 언론사 이미지

[NW리포트]증권업계 AI 전쟁 본격화…체급 따라 대응전략 '천차만별'

뉴스웨이 김호겸
원문보기

[NW리포트]증권업계 AI 전쟁 본격화…체급 따라 대응전략 '천차만별'

서울맑음 / -3.9 °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국내 증권업계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AI 관심도는 각사의 규모에 따라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형사는 이미 전사 전략과 인프라 차원에서 AI를 미래 먹거리로 전면에 올렸고, 중형사는 리테일·자산관리(WM) 경쟁 강화를 위한 서비스형 AI 도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반면 소형사는 인력·예산 한계 속에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무르며 AI보다 다른 신사업에 무게를 두는 곳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한국거래소 등 시장 인프라까지 AI 혁신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업계 전반에서는 AI에 대한 전략과 투자 여력의 차이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사, 전사 AX 체계 전략…자체 플랫폼·AI 비서 등 '기술 내재화' 사활

대형 증권사들은 AI를 단순 업무 효율화 도구가 아닌 신사업 인프라이자 테크 기업 전환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며 '전사적 전환(AX)' 과제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고객용 서비스에서는 뉴스, 공시, 차트 해설 등 투자 정보를 대화형으로 제공하는 생성형 AI 기능이 고도화되고 개인화된 포트폴리오 제안이나 '비서형 에이전트'로 진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단순 정보 검색을 넘어선 'AI 에이전트(비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GPT뉴스레터'로 주요 종목 뉴스를 구조화해 제공하고 차트 이미지 인식 기반의 '차분이', 뉴스 '세 줄 요약', '엔투 에이전트' 프로젝트 등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 AI 활용 지점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월가형 데이터·리서치를 결합한 AI 투자 에이전트 '터미널 엑스'까지 내놓으며 단순 요약을 넘어 질문 기반의 투자 의사결정 보조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이다.


KB증권 역시 AI를 전면에 배치했다.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투자 정보 서비스 'Stock AI'를 M-able 와이드 등으로 확대하며 고객 접점에 안착시키는 동시에 ISA·IRP 계좌에서 AI가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자문형 서비스인 'AI가 골라주는 투자'로 수익화 모델을 붙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 라이선스를 가진 테크 기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AI를 지원도구가 아니라 신사업 발굴과 수익원 확장 수단으로 규정한 점이 눈에 띈다.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들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AI를 시장관리·정보사업 전반에 적용하는 'AI 혁신(AX)' 전략을 공식화하고 24시간 거래체계 도입에 대비해 기업공시 분석·시장감시 자동화,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 상업형 지수·비정형 데이터 상품 개발에 AI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거래소는 AI 스타트업 인수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AI가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요소라는 인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본시장 인프라 차원의 AX가 본격화되면 브로커리지, 파생·데이터 비즈니스 전반에 AI 요구 수준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대형사는 서비스 몇 개가 아니라 AI 운영 자체를 표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외부 모델과 자체 모델을 섞어 쓰되 통제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는 게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형사는 '고객편의·업무보안' 기능 집중…소형사는 인력·예산 한계로 '관망'

중형 증권사는 리테일 고객과의 접점에서 활용도가 높은 서비스형 AI에 먼저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MTS 내 챗봇을 통해 투자 정보 제공 등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례가 많다. 전사적 시스템 개편보다는 당장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이벤트와 서비스에 AI를 접목해 가성비를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AI 자산관리 챗봇 '키우Me'는 주식 초보자부터 전문 투자자까지 다양한 금융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제공한다. 사용자의 투자 성향과 관심 분야에 따른 종목 추천,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종목명이나 금융상품명을 몰라도 질문하면 연관 정보를 연결해 자연스러운 학습을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AI 챗봇 대화형 질의응답' 기능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당장의 서비스 경쟁보다 내부 '기초체력' 다지기에 나선 곳도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AI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명칭을 변경하는 등 전사적 차원의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특정 서비스 출시에 급급하기보다 업무 전반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밑바닥부터 바꾸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는 AI를 단순한 도구 도입이 아닌 기업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조직 혁신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중형사 중에서도 틈새시장을 노리는 과감한 시도도 눈에 띈다. 우리투자증권은 기존의 단순 문답형 챗봇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개발로 승부수를 던졌다. 대형사 못지않은 보안 아키텍처를 도입해 단순 챗봇을 넘어 보고서 초안 작성, 결재 등록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실행형 AI'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전문 솔루션 기업과 손잡고 금융 특화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으며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활용해 AI가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결재 시스템에 등록까지 하는 '실행형 AI'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코딩 지식이 없는 직원도 자동화 도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전사적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사례는 최대 난제인 보안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부망과 분리된 사내 구축형(온프레미스) 환경을 도입해 정보 유출 경로를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소형사의 분위기는 더 조심스럽다. 일부 소형사는 가상자산이나 차세대 플랫폼을 우선 신사업 축으로 삼고 AI는 아직 뚜렷한 전략이나 로드맵이 없는 상태다. AI 도입 자체도 사내에서 공유된 내용이 거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처럼 디지털 전담 부서나 TF(태스크포스)를 꾸릴 인력과 자금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규모별 격차가 단기적으로는 더 벌어져 '빈익빈부익부' 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는 도입 자체보다 운영과 고도화에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정비와 시스템 연동, 모니터링과 검증 체계 구축까지 포함하면 초기 투자와 운영비용 구조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쟁은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AI를 안전하게 굴릴 수 있느냐로 이동할 것"이라며 "플랫폼을 구축한 대형사는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중형사는 고객 체감형 기능 고도화로, 소형사는 비용 효율적 솔루션 채택으로 각자 다른 해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겸 기자 hkkim823@newsway.co.kr

저작권자(c)뉴스웨이(www.newsw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