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가 주식 87% 독점⋯주가 하락 시 고소득층 소비 직격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공 행진 중인 미국 증시에 '거품'이 꺼질 경우 견조한 흐름을 이어오던 미국 소비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특히 주식 자산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전체 소비 증가율이 사실상 성장을 멈추는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6일 곽법준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장 등이 집필한 ‘최근 미국 소비의 취약요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 호조의 지속 가능성을 진단하며, 주식 시장 조정이 실물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개인소비는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예상 밖의 호조를 보였다. 작년 1~3분기 연중 소비 증가율은 2.8%를 기록하며 2000년 이후 장기 평균치인 2.5%를 웃돌았다.
한은은 이러한 소비 활황의 배경에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자산의 양극화다. 현재 미국 소득 상위 20% 계층이 전체 가계 보유 주식의 87%를 독점하고 있다.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주가 등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증시가 호황일 때는 소비를 이끄는 엔진이 되지만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은은 주가 하락 폭에 따른 소비 충격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가가 10% 하락할 때 연간 소비 증가율은 0.3%포인트(p) 낮아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 같이 주가가 30% 이상 급락할 경우 소비 증가율 하락 폭은 1.7%p까지 ‘비선형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미국의 소비 증가율 추세가 2% 내외임을 고려하면, 1.7%p의 하락은 사실상 소비 증가세가 멈추는 0%대 진입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주가 급락 시 고소득층의 소비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전체 소비 지표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외에도 소비 심리 위축과 가계 구매력 약화를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낮아진 소비 심리지수가 당장 급격한 소비 절벽으로 이어지거나, 구매력 약화가 즉각적인 소비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핵심 변수는 '증시'라는 것이다.
[이투데이/세종=서병곤 기자 (sbg1219@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