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맨 권상우 / 사진=수컴퍼니 |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이쯤 되면 '코미디 장인'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다. '천국의 계단' '말죽거리 잔혹사'로 정체성을 확립하던 시기를 지나, 못하는 장르가 없는 배우로 거듭났다. 권상우의 연기 욕심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영화 '하트맨'(감독 최원섭·제작 무비락)은 돌아온 남자 승민(권상우)이 다시 만난 첫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에게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며 벌어지는 코미디. '히트맨'에 이어 또 한 번 최원섭 감독과 의기투합한 그는 "앞에 센 영화들이 많아 녹록지 않지만, 언제나 그랬듯 '언더 독'의 힘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항상 걱정이 된다. 코미디 영화는 보통 관을 많이 가져가는 대작이 아니지 않나. 분위기를 보고 좌석점유율이 정해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열심히 홍보도 해야 한다. 시사 반응이 좋아 자신감이 있고 기대에 차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영화의 제목도 직접 지었다고. "원래 가제는 '노키즈' '우리들은 자란다'였다. 제목이 바뀔 줄은 알았는데 뭐가 될진 몰랐다. 제가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로 '하트맨 어떠냐' 했는데 진짜로 제목이 돼버렸다. 일반 관객들은 '히트맨인가?' 싶을 거다. 좋은 점인지 나쁜 점인진 모르겠다."
코미디를 연속으로 하게 된 소회도 전했다. "내가 이 장르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다. 관객들이 웃는 걸 보면 기쁘더라.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코미디를 하고 싶다. 다만 한쪽 이미지로만 굳는 게 배우에겐 좋지 않은 면도 있어 중간중간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는 유독 코미디를 안 쳐주는 분위기가 있다. 음악, 편집 등으로 커버되는 부분이 있는 타 장르에 비해 코미디는 현장성이 정말 크다. 그래서 더 어렵고 성취감도 있다."
배우 인생의 과도기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은 '탐정: 더 비기닝'이었다. "멋진 역할을 많이 하다 결혼 후 들어오는 작품의 성향이 바뀌었다. 그때 '탐정: 더 비기닝'으로 정면 돌파를 했다. 덕분에 코미디 영화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현실적으론 애아빠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나. 스스로 후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또 멋있는 역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목마름은 있되 조급함은 없다. 체력도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지 않았다.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섹시 코미디를 표방하는 '하트맨'은 코미디면서 멜로의 성격도 가졌다. "코미디가 아닌 '재밌는 멜로영화'라고 봤다"던 권상우는 "오랜만에 멜로를 할 수 있어 설레고 감사했다. 작품에서 순간순간 샤방한 얼굴이 나올 때 좋더라. 무너지는 신도 있지만(웃음)"이라고 말했다.
극 중 보나(문채원)와의 스킨십에 대한 아내 손태영의 반응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아내는 개봉 전 미국에 가서 아직 안 봤다. 문채원 씨 캐스팅 후 감독님과 셋이 밥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키스신이 많아서 부담스럽다'고 하시더라. 많긴 하지만 사실 야한 느낌은 없고 대부분 우당탕탕이다. 저도 첫 촬영 때 긴장을 많이 했다. 승민이 적극적이어야 하는 신을 가장 먼저 찍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채원 씨보다 더 떨었을 거다. 그래도 잘 마무리했고, 채원 씨도 영화에 잘 빠져들더라. 작품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사심은 없다. 아내가 보면 질타를 받을 것 같긴 하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선 인터뷰에서 문채원이 권상우가 자신의 첫사랑이었다고 밝힌 바, 그는 "당연히 기분 좋다. 촬영할 때 얘기했으면 더 잘해줬을 텐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한 동료가 그런 말을 해주면 감사하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분들이 '문채원 진짜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이렇게 예쁘게 나온 작품이 또 있나 싶더라.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하트맨'을 찍은 것 같다. 그만큼 캐릭터에 맞게 연기도 잘했다. 영화가 잘돼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치켜세웠다.
영화의 치트키는 승민의 딸 소영(김서헌)이었다. 김서헌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하트맨'의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권상우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저도 아이가 있다 보니 편안하게 촬영했는데 그렇게 빵빵 터지실지 몰랐다. 영화의 흥망성쇠가 그 친구에게 달렸지 않나. 비밀병기가 될 것 같다. 요즘 아역들이 성인처럼 정말 연기를 잘한다. 서헌 양은 또래 아이처럼 보이는 자연스러움이 있어 좋았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났는데 그 모습 그대로 예쁘게 잘 컸더라."
승민은 밴드 '앰뷸런스'의 보컬로 한가닥 하던 과거를 가졌다. 반면 현실의 권상우는 노래가 어색했단다. "가수가 아니다 보니 어떤 노래를 해야 하나 싶었다. 실제로 제가 노래방에 가서 많이 부르던 곡을 추천했다. 과한 설정이 있어 재밌게 찍었다. 대학생 비주얼은 아니지만, 거기서 오는 재미도 있다."
'히트맨' 시리즈에 이어 '하트맨'까지 함께한 최 감독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감독님을 리스펙하는 이유가, 단편영화 시절부터 코미디를 해오셨다. 앞으로도 하실 거란다. 그 신념이 멋있다. 앞서 말했듯 코미디는 좀 아웃사이더 같고 저평가되는 분위기가 있다. 감독님께서 앞으로 코미디를 통해 많은 성과를 내셨으면 좋겠다. 좋은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들이 생긴 것 같다."
2021년 촬영을 마친 '하트맨'은 약 5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권상우는 "완성본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 않나.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 빨리 보고 싶었다"며 "약간 마음을 내려놓고 본 것도 있다. 저 스스로는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예상보다 훨씬 짜임새 있고 지루하지 않게 나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승민과 비슷한 3~40대 분들이 보시면 재밌을 것 같다. 확장성이 있으려면 1~20대도 많이 봐줘야 해서 어린 친구들 반응도 궁금하다"며 "극 중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패러디한 대사가 나오는데, 사실 요즘 친구들은 절 잘 모른다. 어디서 '말죽거리 잔혹사'라고 했더니 '말죽거리 변호사?' 이러면서 못 알아듣더라. 밈이든 뭐든 재생산돼 다시 기억되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탐정: 더 비기닝'부터 '하트맨'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온 시간은 '권상우 코미디'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냈다. "아직 알쏭달쏭한 선에 있다고 생각한다"던 그는 "힘들게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왔는데, 뭔가 부족한 것 같다.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라 목마름이 있다. 개봉 2주 차까진 걱정이 많이 된다. 오히려 촬영할 때보다 심리적으로 더 떨린다"고 털어놨다.
이어 "망가지는 것엔 전혀 두려움이 없다. 내가 망가짐으로써 재밌게 보이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하트맨' 촬영은 두 달 정도 이뤄졌는데, 다른 스케줄 없이 최대한 안 쉬고 매일 찍었다. 촬영장에 갈 땐 힘들거나 귀찮은 게 없더라. 놀러 가듯 임했다. 작품에도 그런 점이 잘 녹아든 것 같다. 모든 기억이 유쾌하고 좋았다"고 떠올렸다.
흥행에 성공할 경우 특별 무대인사를 진행, 앰뷸런스 복장으로 노래를 부르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요즘 극장에 와서 돈 주고 영화를 봐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큰절 올리겠다. 절박함과 감사함이 공존한다. 투자받아서 찍는 상업영환데 BEP를 못 넘으면 안 되지 않나. 주연 배우의 책임이라 본다."
끝으로 권상우는 간절한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루고 싶은 꿈? 멀리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트맨' 성공하고 싶다. 재밌는 영화라고 인식됐으면 좋겠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 손익분기점을 넘고, 이 험난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