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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데 110원 드는 100원짜리 동전, 왜 계속 만들까 [Deep Spot]

헤럴드경제 김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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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데 110원 드는 100원짜리 동전, 왜 계속 만들까 [Deep 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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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특검, '매관매직 의혹' 김상민 전 검사 징역 6년 구형
손해 보는 동전 제조, 멈출 수 없는 이유
동전 전체 연간 발행액 100억원 최초 붕괴
구리 46%·알루미늄 25%·니켈 12% 급등
500원 제외 모든 동전 제조비 액면가 추월
결제 수요 여전, 금융소외층 ‘공공성’ 고려
발행 대비 환수 늘면서 제조량도 감소세
헤럴드경제는 ‘Deep Spot(딥 스폿)’을 통해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최신 이슈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를 질문하고, 이를 상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이 가속화하면서 시중에서 점점 동전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연간 동전 발행액이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동전의 제조 비용도 급등했다. 500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자재 가격이 액면가보다 높다. 동전을 만들수록 적자를 보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결제 수단으로서 화폐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현금 없는 사회 진입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 디지털 소외계층 보호와 위기 시 최후의 보루라는 ‘공공재’로서 화폐 가치가 동전의 완전한 퇴장을 늦추고 있는 셈이다.

연간 동전 발행액, 작년 100억원 첫 붕괴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10원부터 500원까지 동전 발행액은 88억8000만원이었다. 연간 동전발행액이 100억원 미만을 기록한 것은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2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연간 동전발행액은 2002년 1438억62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몇 년간 1000억원 안팎 수준을 이어가다 2017년 495억4000만원으로 떨어진 뒤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364억9100만원으로 400억원이 깨졌고, 바로 다음해(254억7800만원)에는 3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2023년부터는 2년간 발행액은 100억원대에 그쳤다.

한은은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이 화폐를 요청하면 그 수요에 맞춰 발행한다. 발행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 등에서 동전 수요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개인의 현금 지출이 줄어드는 현상과 맞닿아있다.


한은에 따르면 개인의 월평균 지출액 대비 현금지출 비중은 2021년 21.6%에서 2023년 17.4%로 4.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간편지급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 건수와 이용액이 각각 3378만건, 1조46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7%, 11.4%씩 늘었다.

다만 결제 외 수단으로서 현금에 대한 수요는 최근 늘어나고 있다. 지폐 발행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 지폐 발행액은 33조2000억원으로 2024년(28조2000억원)보다 17.7% 늘었다. 지폐 발행액은 2020년 약 36조5000억원에서 2년 연속 떨어지며 25조7000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적 불확실성에 비상시 유동자산으로 현금을 쌓아두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기업의 평균 현금 보유액은 2021년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997만8000원에 달했다. 기업이 현금 보유액을 늘린 이유로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비상시에 대비한 유동자산을 눌리기 위해’(36.3%)가 가장 많았다.


한은 관계자는 “동전은 대체로 결제용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갈수록 쓰임이 없어지면서 발행량도 줄어드는 추세”라면서도 “지폐는 자산의 기능도 있고, 보관 용도로도 쓰이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시장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리값, 1년 새 45.6%↑…‘배보다 배꼽’동전 제조

동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근 급격히 비싸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조폐공사는 동전 제조 원가를 영업상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원자재 가격 추이 등으로 동전 제작에 들어가는 원자재 비용은 대략 추산할 수 있다.


조폐공사는 구리, 니켈, 아연,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으로 동전을 만든다. 500원과 100원 동전에는 구리와 니켈이 각각 75%, 25%씩 쓰인다. 50원은 구리 70%, 니켈 12%, 아연 18%로, 10원 동전은 구리 48%, 알루미늄 52% 등으로 구성된다. 동전별 무게의 경우 500원은 7.7g, 100원은 5.42g, 50원은 4.16g, 10원은 1.22g 등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8일 기준 구리의 가격은 톤당 1만2885달러, 니켈과 아역은 각각 톤당 1만6920달러, 3107달러 등이었다. 알루미늄은 톤당 3081달러었다. 지난해 1월 8일과 비교하면 1년 새 구리는 45.6%, 알루미늄은 24.5% 올랐다. 니켈과 아연도 각각 11.5%, 11%씩 가격이 상승했다.

이 가격을 각 시점의 원/달러 환율 시가(각각 1455원, 14553.8원)를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해 계산하면 500원 동전을 하나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자재 비용은 1년 새 116.9원에서 155.5원으로 33.1%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100원은 82.3원에서 109.5원으로 33.1% 올랐고, 50원은 같은 기간 51.6원에서 70.2원으로 36% 올랐다. 10원은 9.82원에서 13.8원으로 40% 오르며 가장 많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종합하면 500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 종류의 동전은 현재 원자재 비용만으로도 동전의 액면가를 웃돌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인건비나 물류비 등 추가 비용을 더하면 비용 역전 현상은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동전을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인 셈이다.

화폐 수요 여전…금융취약 계층 소외 우려도

이처럼 ‘현금 없는 사회’ 전환과 액면가보다 높은 비용 지출에도 한은이 동전을 계속 새로 발행하는 것은 결제 수단으로서 화폐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지급 수단에 접근하기 어려운 디지털 취약계층들은 현금 의존도가 높다. 이들에게는 현금 없는 사회가 금융소외, 그리고 소비 활동의 제약으로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연재해 등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거나 사이버 공격 등으로 비현금지급수단 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결제단말기와 같은 비현금 지급수단 결제를 위한 시스템 도입이나 유지에 부담을 느끼는 영세 자영업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 밖에도 민간 지급결제업체의 독과점 문제 등도 현금없는 사회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주요국 현금결제선택권 입법동향과 국내 입법 시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지급수단은 은행계좌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거나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현금이 사라지면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현금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은 주로 저소득자, 외국인 노동자,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현금 없는 사회’ 진전에 대해 우려하는 여론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현황 종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해서는 금융 약자의 거래 불편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개인과 기업 모두 각각 45.8%, 29%로 찬성(17.7%, 16.3%)보다 많았다.

개인은 현금없는 사회 진전으로 예상되는 문제로 ‘금융약자의 거래 불편’(39.1%)과 ‘비상시 경제활동 곤란’(22.2%)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업도 ‘금융약자의 거래 불편’(53.9%)과 ‘비상시 경제활동 곤란’(15.9%) 등을 많이 우려했다.

거래에서 현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현금사용선택권의 제도적 보장에 대해서는 긍정 의견이 59.1%로 2022년(49.6%)보다 8.5%포인트가량 올랐다. 최근 1년간 현금지급 거부를 경험한 비중은 2021년 6.9%에서 올해 5.9%로 1%포인트 떨어졌다.

6년간 누적 순환수액 1633억…제조량도 감소세

그렇다고 한은이 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적자를 보지는 않는다. 한은이 발행하는 화폐가 모두 새로 찍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은은 민간 동전 수요에 대한 추정과 재고 현황 등을 종합해서 새 화폐 제조 규모를 정한다. 시중에 풀었던 동전을 다시 한은이 환수하기도 하는데, 이 동전들은 정사(사용 적정성 판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중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동전은 재고로 쌓고, 필요할 때 다시 발행하게 된다. 나머지 동전들은 폐기 처분한다.

한은 관계자는 “환수되는 화폐는 사용 적정성 여부를 판별해 폐기하거나 재사용하게 된다”며 “폐기량에 따라 보유 재고가 바뀌기 때문에 제조량 결정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동전 환수액에서 발행액을 뺀 순환수액은 지난해 355억원 규모였다. 순환수액은 2020년부터 6년 연속 ‘양(+)’의 값을 이어오고 있다. 쉽게 말해 6년간 한은이 발행한 동전보다 다시 거둬들인 동전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6년간 누적 순환수액은 약 1633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순환수액이 늘어나면서 화폐 제조량도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동전은 제조량을 정할 때 원자재 가격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도 “제조량은 발행과 환수 등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데 제조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