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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분열의 그림자…張·韓 패착 드러낸 '제명'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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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분열의 그림자…張·韓 패착 드러낸 '제명'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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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과 '절연'으로 극우 정당 색채 강화 결과 낳아
사과 기회 있었음에도 모호 태도…韓 책임론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에 보수 분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중앙윤리위원회가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한 중대 책임을 물어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결정하면서다. '통합의 걸림돌'을 도려내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던 장동혁 대표와 강경 투쟁을 예고한 한 전 대표 모두 정치적 손해를 감수한 내전을 치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는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확정을 미뤘다. 장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에게 재심의의 기회를 부여하고,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부여받아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재심 기간까지는 윤리위 결정에 대해 최고위의 결정을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에게 공을 넘기며 일단 한발 물러선 셈이다.

이는 당내 갈등 조정과 절차적 완결성을 높이는 차원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2일 저녁 모르는 번호로 윤리위에 넘겨졌으며 13일 소명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데, 다음 날(14일) 제명을 결정한 것은 심각한 절차적 위반이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아울러 윤리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재심 청구도 일축했다.

한 전 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르면 윤리위의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재심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최고위는 제명을 확정할 전망이다. 앞서 장 대표는 "윤리위원회 결정을 곧바로 뒤집고 어떤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건 따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달 말쯤 최고위 의결을 거쳐 축출된다면 한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승인이 없는 한 5년간 재입당할 수 없다. 양당 체제의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것이다.

윤리위가 기습적으로 한 전 대표의 제명을 의결한 건 장 대표가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로 돌입하기 전 친한계(친한동훈)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는 장 대표가 고심 끝에 내놓은 쇄신안과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등 사실상 대척점에 서 있는데, 친한계의 구심인 한 전 대표의 당적을 박탈하며 당 장악력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해 소통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해 소통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그도 그럴 것이 장 대표는 지방선거와 의원직 상실 등으로 판이 커진 재·보궐선거 승리가 절실하다. 최소한 선방했다는 평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8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 장 대표의 당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불가피한 데다 여전히 당 지지율마저 저조하고, 당내 결속마저 헐거운 상황이다. 결국 장 대표가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당 운영 동력 확보와 그립 강화를 위해 한 전 대표와 '절연'을 밀어붙였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당무감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당원 게시판에서의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는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불과 보름 만에 일사천리로 윤리위의 결론까지 났다. 심지어 윤리위는 지난 9일 비공개회의에 이어 13일 두 번째 회의에서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의결했다. 장 대표는 윤리위와 사전 교감이 없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지만, 당 안팎에선 결국 장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상 장 대표가 '탄핵 찬성파'와 결별의 신호탄을 쏘면서 극우 정당이라는 색채를 강화한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전 대표가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 선포"라고 반발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당 안팎에서 장 대표를 향해 통합과 단결보다는 분열을 가속하는 결정을 내려 2차 종합 특검을 추진하는 범여권에 내란 청산 명분과 공세 빌미를 줬다는 질타가 나온다.

문제는 가장 강한 징계 수위의 적절성을 두고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원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제명이라는 결정이 우리 당에 도움이 되고 옳은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도 SNS에 올린 글에서 "여당 대표가 당원 게시판에 익명 뒤에 숨어 자당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게시한 것은 잘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과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친한계 당원들과 보수 유튜버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제명 철회 촉구와 국민의힘 지도부 사퇴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기범 기자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친한계 당원들과 보수 유튜버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제명 철회 촉구와 국민의힘 지도부 사퇴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기범 기자


원내에서 계파 간 사생결단식 전면전으로 파국으로까지 치닫는다면 보수가 분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계파 문제로 노선 갈등이 현실화한다면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지방선거 필패론이 나올 정도로 탄핵 국면 이후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 국민의힘으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다. 장 대표의 '마이웨이'에 대한 책임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 전 대표에 대한 고강도 징계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당이 현재 극심한 내부 혼란에 빠진 것을 두고 한 전 대표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한 전 대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 불거진 이후 분열을 조장할 필요가 없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한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이자 한창 해당 의혹으로 당내 파열음이 나오던 2024년 11월 그는 "위법과 같은 부분이 아닌 문제제기에 대해선 제가 건건이 설명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했었다.

당무감사위의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한 전 대표는 자기 가족들이 국민의힘 게시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것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익명성이 보장된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동안 명쾌하게 의혹을 밝힐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한 전 대표가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에 대해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일종 의원은 "먼저 한 전 대표는 작금의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계엄과 탄핵, 당원게시판 논란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전 대표 때 벌어진 일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큰 정치를 하고 싶다면 자신을 되돌아보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잘못한 일을 먼저 사과하라"라고 했다.

장 대표도 "당원 게시판 사건은 오래 진행된 사건이고 당무감사위의 논의 시점으로부터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라고 직격했다. 한 전 대표가 가족들이 비방글을 썼던 것을 뒤늦게 알았더라도 해당 의혹에 대해 해명이 있었다면 지금의 제명 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도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한 전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는 뒷말이 나온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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