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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H의 본질, 주거복지 공기업

뉴스웨이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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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H의 본질, 주거복지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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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상훈 기자][!{GIZAIMG}!]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으로 지난 이틀간 시민들의 일상은 또 한 번 행정의 빈틈 앞에서 무력해졌다. 대중교통이라는 기본 인프라조차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서울시의 정책 역량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한강버스 사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럴 여유가 있었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문제는 한강버스 사업이 단순한 정책 실패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전액 출자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까지 깊숙이 관여하면서 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 한강버스 같은 사업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 과연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현행 지방공기업법은 지방공사의 채무 보증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을 시민의 세금으로 떠안지 말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서울시가 100% 출자한 SH 역시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한강버스 논란은 SH가 이 법의 취지를 교묘히 비켜갔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SH는 출자회사인 ㈜한강버스의 금융권 대출 과정에서 이른바 '컴포트레터(Comfort Letter)'를 제공했다. 형식상 채무 보증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컴포트레터는 그 내용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수반할 수 있다. 실제로 대출을 승인한 은행 역시 채무 불이행 시 SH에 자산 매입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민의 혈세가 민간 사업의 금융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유사 보증', '편법 보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안은 제도적 허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방공기업법은 명시적인 채무 보증만을 금지할 뿐, 보증과 유사한 신용보강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제를 두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에서 신용보강 행위를 포함한 유사 보증을 금지하는 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공기업이 법의 빈틈을 활용해 위험을 떠넘기는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애초에 SH가 주택·주거복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에까지 참여하도록 설계된 정책 구조 자체다. 서울시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 SH를 끌어들이는 현행 조례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거 복지와 무관한 사업에는 공기업이 출자자로 나서지 않는다는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는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공공성이다. 본질을 벗어난 문어발식 확장은 시민의 신뢰를 갉아먹을 뿐이다. 서울시와 SH는 이제라도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주거 복지 중심의 중장기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대중교통은 흔들리고 주거 불안은 여전한데 관광 사업에 공기업이 앞장서는 모습에 공감을 보내기는 어렵다. SH가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는 이미 분명하다.

박상훈 기자 ps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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