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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美에 5000억불 ‘안보 베팅’…TSMC 공장 5개 더 짓고 관세 15% 확정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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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美에 5000억불 ‘안보 베팅’…TSMC 공장 5개 더 짓고 관세 15%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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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TSMC)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EPA 연합뉴스

작년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TSMC)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EPA 연합뉴스


미국과 대만이 상호 관세율을 한국·일본과 동일한 수준인 15%로 인하하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대만은 관세 혜택을 얻는 대가로 미국에 총 5000억달러(약 736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대폭 확장하기로 하면서, 미국 시장 내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만, 韓·日 이어 15% 관세 클럽 합류…“5000억달러투자 보따리 풀었다”

15일 미 상무부는 대만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양국 간 상호 관세율을 기존 20% 수준에서 15%로 낮추는 것이다. 이는 앞서 한국(3500억달러)과 일본(5500억달러)이 미국과 합의한 관세율과 동일한 조건이다.

이번 합의의 대가로 대만은 미국에 총 5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반도체·기술 기업들의 직접 투자 2500억달러와 대만 정부가 중소기업의 대미 진출을 돕기 위해 제공하는 신용 보증 2500억달러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대만 가오슝에 위치한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의 생산 공장./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가오슝에 위치한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의 생산 공장./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기업들은 이 자금을 통해 미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의 생산 및 혁신 역량을 구축하게 된다. 대만 정부 역시 별도의 보증 프로그램을 가동해 미국 내 완전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앞서 한국이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10년에 걸친 신용 보증 call) 방식으로,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으로 채운 것과 비교하면 대만의 투자 규모는 일본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안 오면 관세 100% 폭탄”…TSMC, 美 공장 5곳 추가 건설

이번 합의의 중심에는 TSMC가 있다. 현재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6개를 건설 중이거나 완공한 TSMC는 이번 무역협정에 따라 5개의 공장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은 “TSMC가 애리조나 공장 부지에 인접한 수백만 에이커의 땅을 매입했다”며 “미국 내 생산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만 전체 반도체 공급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며 “수백 개의 관련 기업들이 미국으로 건너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합의가 ‘당근과 채찍’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만약 그들(대만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관세는 100%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압박했다.

미국은 대만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대만 기업은 공장 건설 기간 동안 생산능력 대비 최대 2.5배 물량까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를 면제받는다. 공장 완공 후에도 생산 능력의 1.5배 물량까지는 무관세로 미국 수출이 가능하다.

웨이퍼 100만개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면, 건설 기간에는 대만 본토에서 만든 웨이퍼 250만개를 관세 없이 미국으로 들여와 팔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韓 반도체, ‘최혜국 대우’ 적용받나…안보 딜레마 빠진 대만

미국과 대만의 이번 밀착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 명시된 ‘최혜국 대우(미국이 타국과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할 경우 한국에도 적용)’ 조항이 발동될지 주목된다. 당시 이 조항은 대미 반도체 교역량이 많은 대만을 염두에 둔 안전장치로 해석됐다.

이 밖에도 양측은 대만산 자동차 부품, 목재 및 파생 제품의 관세를 15%로 확정했다. 제네릭 의약품, 항공기 부품, 미국 내 조달이 불가능한 천연자원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관세가 면제된다.

전문가들은 대만의 이번 결정을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한 안보 공약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료’ 성격이 짙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위협 속에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담보하기 위해 반도체라는 핵심 자산을 미국 쪽에 넘겨주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TSMC의 핵심 생산 라인이 미국으로 대거 이전될 경우, 전 세계가 대만의 안보를 우려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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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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