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원화 가치의 급격한 약세를 강한 어조로 우려하는 ‘구두개입’ 메시지를 내놨다. 그동안 ‘의도적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을 경계했던 미국이 최근의 급격한 원화 약세에 우려를 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환당국은 환율이 급락한 틈을 이용한 개인 투자자들의 ‘달러 사재기’를 막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시중은행에는 환전 우대 마케팅 자제를 요청하고, 판매가 급증한 달러보험에는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한편 이랜드월드와 티클라우드, 아카이브코 등 17개 의류업체가 함량 미달의 패딩에 ‘구스다운’(거위 털)이나 ‘오리털 패딩’ 등을 표기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원화약세’에 美 구두 개입…환율 7.8원↓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베선트 장관이 지난 12일 미국을 방문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한국과 미국의 경제 동향을 논의하고, 양국 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최근 원화 가치 하락 문제가 다뤄졌으며, 베선트 장관은 이 같은 원화 약세가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15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
◆‘원화약세’에 美 구두 개입…환율 7.8원↓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베선트 장관이 지난 12일 미국을 방문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한국과 미국의 경제 동향을 논의하고, 양국 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최근 원화 가치 하락 문제가 다뤄졌으며, 베선트 장관은 이 같은 원화 약세가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또 “베선트 장관은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며 “특히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경제 성과가 한국을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만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핵심광물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베선트 장관과 만났다.
외환당국은 달러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의 구두개입으로 간밤에 1460원대까지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개장 이후 오름세를 보이자, 국내에서의 달러 가수요가 환율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야간거래의 하락분을 일부 반납하고 주간거래 종가 기준(오후 3시30분) 전날보다 7.8원 내린 1469.7원에 마감했다.
최지영 재경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거시 안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차원의 조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으로는 금융기관을 타깃으로 하고,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거래 행태를 변화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
◆외환당국, 개인 ‘달러 사재기’ 차단 전방위 압박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에서 개인 고객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금액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총 4억8081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일평균 환전액은 2290만달러에 달해 지난해 1~11월 일평균 1043만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달 24일은 외환당국이 환율 관리를 위해 강도 높은 구두 개입에 나선 시점이다. 당일 환율은 하루 만에 33.8원 급락했으나 개인들은 달러를 사모았다. 이날 하루에만 6304만달러가 환전됐다. 이는 평소 일주일치 환전 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환율이 다시 1470원대 후반까지 오른 최근까지도 매수세는 꺾이지 않았고, 같은 기간 달러를 원화로 되파는 재환전 규모는 9031만달러에 그쳐 달러 매수 수요가 매도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다시 시장을 조이기 시작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시중은행 외환 담당자들에게 환전 우대 서비스 등 환투기를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 자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환율을 틈탄 환치기와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범부처 특별 단속반도 가동했다.
은행권은 당국의 기조에 맞춰 트래블 카드나 통장 관련 이벤트를 축소하고, 달러 예금 금리를 낮추는 등 대응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환율 변동 위험으로부터의 소비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개인의 달러 환전 증가가 고환율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가 작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당국도 최근 증권사들에 해외주식 수수료 인하 등 투자 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최근 판매가 급증한 ‘달러보험’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최근 환차익을 노린 투자 심리에 편승해 달러보험 판매가 폭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2023년 1만1977건이던 달러보험 판매 건수는 2025년 10월 기준 9만5421건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금감원은 달러보험이 ‘환테크’ 상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납입 보험료 전액이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차감한 금액만 적립되기 때문이다. 환율과 금리 변동 위험이 크고 해외 시장금리 하락 시 보험금·환급금 등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박용희 한국소비자원 생활환경시험국 섬유신소재팀장이 2025년 12월 9일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강원지원에서 부적합 구스다운 패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거위·오리털 함량 부풀린 패딩 대거 적발
공정위는 겨울 의류 제품 충전재의 솜털이나 캐시미어 함량을 거짓·과장광고한 것으로 드러난 17개 온라인 의류판매업체에 시정명령이나 경고조치를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품질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을 구스다운이라고 홍보하거나 다른 조류의 털이 섞여 있는데 거위털만 사용한 것처럼 거짓으로 홍보하거나 과장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를 받고 있다.
구스다운은 거위털 80% 이상, 솜털 75% 이상이어야 구스다운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랜드월드는 기준 미달 패딩을 구스다운으로 광고했고 볼란테제이, 독립문, 아카이브코는 오리털 등이 섞인 제품을 거위털 제품으로 내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오리털 패딩은 솜털이 75% 이상인 경우에만 다운 제품이라고 표시할 수 있는데 어텐션로우, 폴라리스유니버셜, 퍼스트에프엔씨, 슬램, 티그린, 티클라우드, 제이씨물산, 패션링크 등은 그렇지 못한 제품을 ‘덕다운’ 혹은 ‘다운’이라고 광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드로코와 티엔제이는 솜털 함량을 실제보다 과장했다가 적발됐다.
우양통상, 인디에프, 하이패션가람은 코트를 판매하면서 캐시미어 함유율을 속이거나 과장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의 조사 전후로 문제가 된 광고를 삭제·수정하거나 판매를 중지하는 등 거짓·과장광고 행위를 시정했으며 구매자에게 환불하는 등 피해 구제 조치를 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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