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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장 없는 공공기관, 보채기만 하는 국토부 장관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김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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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장 없는 공공기관, 보채기만 하는 국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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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대부분 공석 상태서 고강도 업무보고
인선도 난맥상…비전문가 낙하산 우려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직무대행입니다."(곽진규 JDC 직무대행)
"이사장 인선 작업 거의 마무리되지 않았나요?"(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공모절차 진행중입니다. 조만간 오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곽 대행)
"언제까지면 끝날 것 같아요?"(김 장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곽 대행)
"네, 네…."(김 장관)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열린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업무보고의 한 장면이다. 김윤덕 장관이 질의한 것처럼 국토부 산하기관 중 상당수는 기관장이 없어 스스로 '직무대행'이라고 소개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주요 기관만 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KORAIL), 한국공항공사(KAC),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에스알(SR) 등의 기관장이 공석이다. 한국부동산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은 각각 재작년과 작년 임기를 넘긴 원장이 남아 있고, 현재 새 원장을 공모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철도공단(KR)의 이성해 이사장은 지난해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EX) 함진규 사장은 내달 임기가 끝나고, 인천국제공항공사(IIAC) 이학재 사장은 올해 6월 임기 만료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어명소 사장의 경우 올해 11월에 임기를 마친다.

국토부 산하기관의 리더십 대부분 사실상 '오리무중'임에도 김윤덕 장관은 정책 실현에 '속도'를 낼 것을 거듭 강조했다. 발언의 수위도 계속해서 높아졌다. ▷관련기사: "전문가 논의? 그런게 느리게 만든다"…국토장관 말한 이유(1월13일)

정책 담당 국·실장들과 공공기관 인사들이 소극적 답변을 할 때 장관은 "하겠다는 거예요? 말겠다는 거예요?", "공무원들이 여기서 봐도 저기서 봐도 문제가 안 되는 선에서 답한다", "분명한 입장과 판단을 내놓아라", "국토부에 총이라도 들고 와서 이거 안 하면 난리 난다 해야…" 등이 대표적 발언이다.

여기에 더해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얘기로 끝내지 말고 1월 말까지 킥오프 회의가 진행되도록 속도감 있게 해달라"고 채근하는 등 구체적 시한·목표도 제시하고 압박했다.

하지만 기관장이 없는 상태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일은 간단할까. 공공주택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LH만 해도 사장 직무대행을 이상욱 부사장이 맡았으나 그 역시 작년 말 사의를 표했다. 이번 업무보고에는 대행의 대행(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이 참석하는 혼란을 겪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3일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유튜브 갈무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3일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유튜브 갈무리


이런 상태에서 주요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새로운 사장을 인선하는 절차도 난맥이다. LH 임원추천위원회의 경우 최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후보 3명을 제출했으나 모두 내부 출신으로 구성됐다는 이유로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 관계자는 "정권 코드에 맞는 분을 앉히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른바 정치권발 '낙하산'을 탈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LH 측 내부 목소리를 들어보면 '전문성을 고려하다 보니 전현직 출신으로 후보자가 구성된 것 같다'고 한다.

현재 LH는 임추위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도 다시 뽑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 경우가 꽤 있어 바꾸고 있다"며 "최근 임추위 멤버는 9인이었고 여기에 참가한 사외이사는 5인이었다"고 전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부동산원도 새로운 기관장을 놓고 이번 정부의 인물이 올 것이란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장관이 속도전을 강조했지만, 정책을 책임 있게 수행하고 의사결정을 할 사람이 누가 될지부터 어수선한 게 국토부 산하기관들의 현실이다.

"국토교통 공공기관의 혁신방안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김윤덕 장관이 이번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으로 남긴 말이다. 기관 입장에서 보면 업무보고 내내 속도를 강조한 장관이, 끝에선 조직 전체를 흔들 '혁신방안'까지 언급한 것은 리더 부재 상태에선 더욱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관장 인선을 염두에 둔 언급인지, 기강 잡기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김 장관은 "국토부 산하기관의 지휘 기관은 국토부이고, 책임도 우리가 질 것"이라며 "국토부의 책임과 권한을 넘어서는 인격적 모욕, 갑질은 용서하지 않고 분명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의 말이 지켜지는지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땅과 하늘, 건설과 교통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를 다루는 게 국토부 산하기관이다. 리더십을 정하는 절차는 투명해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적어도 책임질 줄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낙하산 타는 것도 전문성 아니냐"는 조롱을 면하기 어렵다. 그 대가도 국민이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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