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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국 '무역 무기화', 대일 제재로 완성… 우리 기업의 생존법

머니투데이 손덕중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상해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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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국 '무역 무기화', 대일 제재로 완성… 우리 기업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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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룡마을 큰불 여파로 양재대로 일부 통제
중국 삽화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중국 삽화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6일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통상 환경에 거대한 파장이 일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가 일본을 향하는 이중용도(민수·군용 겸용) 물품의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제1호 공고를 발표한 것이다. 중국이 2020년 수출관리법을 제정한 이후, 특정 국가를 명시해 포괄적 수출통제를 단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 우리 기업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핵심 전제가 있다. 중국의 수출통제는 일본을 겨냥해 이번에 갑자기 생긴 제도가 아니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 갈륨, 흑연, 드론, 반도체 장비 등 자국이 공급망을 장악한 핵심 전략 물자에 대해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엄격한 허가제를 실시해 왔다. 한국 포함 어느 나라로 수출하든 통제 목록에 등재된 물품은 상무부의 허가 없이는 나갈 수 없는 것이 기본값이다.

이번 대일 제재는 이 기본값 위에 '초강력 핀셋 규제'를 얹었다. 중국은 설령 통제 목록에 없는 물품이라도,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는 포괄적 규제 조치를 발동했다. 이는 중국이 완성한 '법적 경제 안보 무기'의 위력을 보여주는 첫 실전 사례다.


무엇이 수출통제 대상인가?

중국은 이중용도 물품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데 많은 기업이 '이중용도'라는 용어부터 낯설어한다. 쉽게 말해 민수용으로 만들어졌지만, 군사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과 기술을 뜻한다. 예컨대 평범해 보이는 '탄소섬유'는 골프채나 낚싯대를 만드는 데 쓰이지만, 동시에 미사일 동체의 핵심 소재가 된다. 고성능 '공작기계'는 자동차 부품을 깎지만, 포신을 정밀 가공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내 제품이 통제 대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중국 상무부는 매년 방대한 분량의 '양용물품 및 기술 수출입 허가 관리목록'을 발표한다. 기업은 단순히 제품명만 볼 것이 아니라, 이 목록에 기재된 HS코드와 기술 사양(스펙)을 자사 제품과 일일이 대조해야 한다. 이 목록에 있는 물건은 상무부의 허가 없이는 수출이 금지된다.


까다로운 '수출 허가' 절차와 수입자의 의무

통제 대상 물품은 실제로 어떻게 수출되는가. 이 절차를 이해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시작이다. 중국에서 전략물자를 반출하려면 중국 내 수출자(공급상)가 상무부의 '양용물품 통합 플랫폼'을 통해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핵심이 되는 서류는 바로 수입자(한국 기업)가 제공해야 하는 '최종사용자 및 최종용도 증명서(EUC)'다.

수출 허가의 신청인은 중국 기업이지만, 허가의 당락을 결정하는 키는 수입자가 쥐고 있는 셈이다. 즉 수입자가 EUC를 통해 "이 물품을 민수용으로만 쓰겠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상무부는 제출된 EUC의 내용을 검증하고, 필요시 국무원이나 중앙군사위원회와 합동 심사를 거쳐 45일(연장 가능) 이내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대일 조치로 인해 일본행 화물의 경우 이 EUC 심사가 극도로 까다로워질 것이며, 사소한 기재 오류나 모호한 용도 설명만으로도 허가가 거부될 공산이 크다.


중국 자회사 경영진의 '구속' 리스크와 밀수죄

이러한 절차를 무시했을 때 따르는 책임은 막중하다. 특히 우리 기업의 중국 자회사가 물품을 직접 수출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자회사는 수출 당사자로서 상무부 허가를 직접 취득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경영진 개인에 대한 형사적 책임이다. 중국 현지 자회사가 통제 대상 물품을 안일하게 무허가로 수출하다 적발될 경우, 이는 단순한 행정법규 위반이나 과태료 사안이 아닌 '형법상 밀수죄'로 의율 된다. 중국 사법 당국은 최근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실무적으로 무허가 수출을 주도하거나 최종 결재한 법인장 및 임원들이 체포돼 구속 수사를 받거나, 장기간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신변이 억류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일 조치로 감시망이 촘촘해진 상황에서 '규정을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기업의 존립은 물론 주재원의 신변 안전이 걸린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회 수출' 차단과 블랙리스트 공포

한국 본사가 중국산 소재를 수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입자인 우리 기업은 중국 공급업체에 '수출 허가증'이나 '비해당 증명'을 요구해 수출규제로 인한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중국산 소재를 적법하게 수입했더라도 이를 가공해 일본에 군사 용도로 재수출하다 적발되면 중국 당국은 해당 한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 올릴 수 있다. 이 명단에 등재되면 중국 내 자산 동결은 물론 중국과의 모든 수출입이 차단될 수 있다. 직접적인 수출자가 아니더라도 공급망 규정을 위반하여 우회 수출에 가담한 제3국 기업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고 이는 이번 대일 제재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었다.


애매하면 '공식 질의'로 유권해석 받아야

실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품목 식별'의 기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단순히 HS코드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갈륨이나 흑연처럼 같은 품목이라도 기술 사양(Spec)에 따라 통제 여부가 갈린다.

수출통제 대상이라면 사전에 수출 허가 신청받아야 하는 건 물론, 특히 일본 수출 건이나 통제 대상 여부가 모호한 '회색 지대' 품목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기업이 '스펙이 애매하니 일단 수출하자'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다가 세관 검사에서 적발돼 밀수죄로 처벌받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애매한 사안의 경우, 중국 상무부에 공식 질의해 '수출통제 대상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통해 "이 물품은 통제 대상이 아님"이라는 상무부의 공식 답변을 확보해 두는 것만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경영진의 형사 리스크와 통관 지연을 막는 확실한 법적 안전장치다.

자유무역의 시대는 저물고 경제 안보의 시대가 도래했다. 중국의 법령은 정교해졌고, 집행은 단호해졌다. 우리 기업들이 이 변화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설마'하는 방심을 버리고 치밀한 컴플라이언스 전략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손덕중 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장·변호사/사진=법무법인 지평

손덕중 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장·변호사/사진=법무법인 지평



손덕중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상해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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