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3선 의원 지내고 정계 은퇴, 다시 시인으로
"문체부, AI 저작권 문제 등 뒤쫓기만 급급"
핵심 인재 선발해 중장기 전략 수립해야"
"낭떠러지 향해 가는 극한 갈등사회
나 자신과 대화하는 '고요'의 시간 필요"
3선 의원 지내고 정계 은퇴, 다시 시인으로
"문체부, AI 저작권 문제 등 뒤쫓기만 급급"
핵심 인재 선발해 중장기 전략 수립해야"
"낭떠러지 향해 가는 극한 갈등사회
나 자신과 대화하는 '고요'의 시간 필요"
‘접시꽃 당신’, ‘흔들리며 피는 꽃’ 등의 시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3선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도종환이 본업인 시인으로 돌아왔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정계에서 물러난 그는 최근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를 발표하고 다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시인으로 돌아온 그를 만나 그간의 소회, 새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담=윤종성 문화부장, 정리=장병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각 국에서 능력있는 인재들을 선발해 ‘미래전략실’을 꾸리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중장기적인 문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도종환(72) 전 문체부 장관은 1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문체부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앞장서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AI 시대에 저작권 문제, 문화산업 육성 등 현안들이 많은데 적기 대응이 안 되고 있다”면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으로 뒤좇아가는데 급급해 한다”고 부연했다.
‘K컬처 300조원-K관광객 3000만명’ 목표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선 “숫자에만 연연하면 실패하기 쉽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해놓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다그치기만 한다면 실패하기 쉽다”면서 “문화강국의 토대가 될 예술 생태계 유지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인으로 돌아온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대담=윤종성 문화부장, 정리=장병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각 국에서 능력있는 인재들을 선발해 ‘미래전략실’을 꾸리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중장기적인 문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도종환(72) 전 문체부 장관은 1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문체부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앞장서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AI 시대에 저작권 문제, 문화산업 육성 등 현안들이 많은데 적기 대응이 안 되고 있다”면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으로 뒤좇아가는데 급급해 한다”고 부연했다.
‘K컬처 300조원-K관광객 3000만명’ 목표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선 “숫자에만 연연하면 실패하기 쉽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해놓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다그치기만 한다면 실패하기 쉽다”면서 “문화강국의 토대가 될 예술 생태계 유지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와 행정을 경험하고 예술인으로 돌아온 선배 관료로써 하는 애정섞인 조언이다. 도 전 장관은 현실 정치 복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본업인 시인으로 돌아온 만큼 이제는 글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으며, 이제는 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오롯이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긴 만큼 책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시인으로 돌아온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다음은 도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실 정치는 이제 안 하는 건가?
△이제 그만할 때다(웃음). 새 정부가 들어오면 새 사람이 정치를 끌어가야 한다. 내가 맡은 소임은 이제 끝났다. 나에게 정치인으로 주어진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끝났으니 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
-새 시집은 현실 정치를 떠난 뒤 쓴 시를 모아서인지 회한이 느껴진다.
△정치를 하다 보면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진영으로 나뉘어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곳에서 일하다 보면 난폭한 경험까지 겪어야 한다. 그런 경험을 받아들이면서도 대립과 갈등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번 시집에 담겨 있다.
-시집 제목으로 내세운 ‘고요’가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매일 놀라운 일이 터진다. 충격적인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고요 속에 살면서 쉽게 분노했다가 환멸을 느끼기를 반복한다. 이런 시대에 누군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고요’라고 답하고 싶다. 흥분해서 소리 지르는 일을 잠시라도 멈추자는 것이다. 잠시 멈춰 눈을 감으면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신 안의 괜찮은 모습과 부족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함께 만나게 된다. 그런 여러 모습의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 그것이 ‘시’가 해야 할 일이다.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결책이 안 보여서 더 걱정스럽다. 처음 정치를 시작하던 2012년 무렵만 해도 국회 상임위에서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여야 중진들이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누며 해법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 의원이 서로 악수 한 번만 해도 ‘배신자’로 낙인찍고 몰아붙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인 미디어 등이 생기면서 이런 현상이 더 극심해졌다. 정치는 갈등을 푸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인으로 돌아온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K컬처 300조 원·K관광 3000만 명’처럼 숫자로 목표를 내세운 것이 우려된다. K컬처의 성과는 소수의 문화예술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돼선 안 된다. 정부는 K팝은 물론, 국악, 클래식, 연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더 탄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밖에서 본 문체부는 어떤가
△지금의 문체부는 변화의 흐름을 뒤좇는데에만 급급해 보인다. 문체부 조직이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앞장서서 대응하기 위한 ‘미래전략실’과 같은 새로운 조직 구성을 고민해야 한다. 각 국에 있는 실력있는 인재들을 선발해 미래 사회, 문화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치를 한 것을 후회한 적 없나?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현장 경험을 통해 정치가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하려는 문화계 후배한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문화예술계에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정치권에 들어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정치를 그만둔 뒤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삶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순재 선생님도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배우로 다시 복귀해 왕성하게 활동했고, 대중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문화예술인들의 정계 진출은 더 힘들 것 같다.
△나도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독자를 잃었다.(웃음) 그러나 이는 정계 진출을 결심했던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이제는 본업인 시인으로 돌아왔으니 계속해서 시를 쓰면서 독자와의 신뢰 회복에 더 힘을 쓰겠다.
시인으로 돌아온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도 전 장관은…
△1955년 청주 출생 △원주고 졸업 △충북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충남대 국문학 박사 △덕산중 교사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 △제 19, 20, 21대 국회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