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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 대표도 아빠 찬스? 30명 중 29등 하고 뽑혔다

조선일보 양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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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 대표도 아빠 찬스? 30명 중 29등 하고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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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협회 간부 딸 특혜 선발 논란
다른 선수들 50점 받을 때 0.5점
간부 “성적보단 가능성 봤을 뿐”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스1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스1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대한체조협회 간부 A씨의 딸이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사원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올해 9월 열리는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등 향후 열리는 경기에 참가할 선수들을 추리기 위해서였다. 이 선발전에는 A씨의 딸 B씨도 출전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었지만 선발전 당시엔 2024년 8월 파리 올림픽 때 부상을 입은 뒤로 회복이 안 된 상태였다고 한다. B씨는 선발전 4종목 중 한 종목에만 출전해 총 0.5점을 받았다. 나머지 3종목은 기권했다.

기계체조 분야에서 만점은 없다. 각 분야에서 기량에 따라 점수를 받게 되는데 보통 10~15점 안팎이다. 다른 참가 선수들의 4종목 총점은 40~50점이었다. B씨는 결국 전체 30명 중 29등을 했다. 통상적 기준을 적용하면 B씨는 국가대표 선발 탈락이 확실시됐지만 최종 9명을 뽑은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총점 순위 8등이었던 한 고등학생 선수는 B씨에게 밀려 탈락했다.

29등이 8등을 밀어내고 국가대표가 된 건 선발전 직전 변경된 체조협회 규정 때문에 가능했다. 체조협회는 선발전을 한 달 앞둔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바꿨다. 종전 ‘성적순 9명 선발’ 기준을 ‘6명은 성적순, 3명은 랭킹포인트(과거 입상 성적)순’으로 바꾼 것이다. B씨는 바뀐 규정에 따라 과거 입상 부문에서 만점을 받았고, 순위가 29등에서 9등으로 상승했다.

체조협회는 2024년 9월 “국가대표 선발 때 실력만 보겠다”며 랭킹포인트 제도를 폐지했었는데, B씨가 선발될 때 다시 부활한 셈이 되자 체조협회 간부인 B씨 아버지(A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체조계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체조협회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도 처음엔 체조협회가 B씨가 포함된 국가대표 명단을 승인해달라는 요청에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B씨 등 3명의 승인을 보류했다. 이에 체조협회는 B씨가 향후 메달을 딸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추가해 다시 승인을 요청했고 체육회는 “공정한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도 결국 승인했다.

A씨는 본지 통화에서 “(체조협회에서) 국가대표를 성적순으로만 뽑으니 미래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시행착오를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며 “(B씨가) 당장 성적이 안 나와도 선수촌에서 제대로 키워 세계 대회 메달을 따도록 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었고 독단적 판단이 아닌 경기력향상위원회와 감독 등이 함께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양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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