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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벼랑 끝, K-석화 비명...“벌금까지 내면 문 닫아야”[러시아産 나프타, 우회 수입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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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벼랑 끝, K-석화 비명...“벌금까지 내면 문 닫아야”[러시아産 나프타, 우회 수입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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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당국 “도입가 40% 벌금 부과할 것” 시사
에틸렌 생산 최대 여천NCC…기댈 그룹사 없어
정치권 "尹정부 시절 보복성 조사" 공감대 형성
구조개편 추진 정부도 고민, 처벌수위 놓고 장고



‘사법 처리냐, 산업 보호냐’

러시아산 나프타 우회 수입 의혹을 향한 사정 당국의 조사 결과가 검찰로 넘어가며 석유화학 업계가 ‘조(兆) 단위 벌금’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벼랑 끝에 선 기업들은 “벌금 확정은 곧 폐업 선고”라며 토로하고 있다. 석화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던 정부 역시 법 집행과 국가 기간산업의 붕괴라는 난제 사이에서 깊은 고심에 빠졌다. 업계가 특히 예의주시하는 대목은 처벌 수위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관세 당국은 조사 과정에서 도입가 최대 40%까지 벌금 부과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벌금이 확정되면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여천NCC다. 여천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연간 228.5만t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이다. 나프타 도입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약 2년간 여천NCC가 들여온 커머셜 탱크 나프타(다양한 국가의 나프타를 섞어 중간 무역상이 저가에 유통하는 상품) 규모는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벌금이 최대치 수준으로 적용될 경우 여천NCC 한 곳에서만 내야 하는 돈이 4000억 원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타 기업과 비교해 충격 흡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현재 ‘과잉 설비 정리’를 독려 중이지만, 사법 리스크로 인해 기업이 자발적 구조조정의 동력을 잃고 위기로 몰리는 상황은 국가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된다. 대형 석화사들은 NCC 외에도 다양한 다운스트림(후속 공정) 제품군을 보유해 손익 충격을 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여천NCC는 기초유분 생산 비중이 절대적이다. 원료 조달 리스크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다른 기업들은 그룹 차원 지원 여력이라도 있지만 여천NCC는 사실상 버팀목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화업계는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여천NCC는 지난해 8월부터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 NCC를 포함해 1·2공장 추가 축소 여부도 거론된다.


여천NCC의 실적 흐름은 녹록지 않다. 여천NCC는 한때 조 단위 영업이익을 벌어 들이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20년대 들어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자금 지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업황 반등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발생하면 유동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여천NCC 야간 전경.

여천NCC 야간 전경.


처벌 수위를 두고 정부는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 윤석열 정부 시절 시작된 조사라는 점, 산업 재편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보복성이 짙다는 석화 업계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괘씸죄 성격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는 시각이 있었다”며 “그렇지 않아도 중국발 저가 공세로 업계가 침체돼있고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데 정부가 석화산업이 입을 충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러·우 전쟁이 끝나면 당국이 이 사안을 조용히 넘기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투데이/정진용 기자 (jj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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