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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보다 무섭다”… 서울 아파트, 19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 [부동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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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보다 무섭다”… 서울 아파트, 19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 [부동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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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으로 거래량은 ‘빙하기’… 매수심리는 11월부터 되레 ‘슬금슬금’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마포구에서 내집마련에 성공한 직장인 박모(42) 씨는 최근 발표된 부동산 통계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거래가 끊겼다는 소식에 집값이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결국 연간 상승률은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정부가 팔지 말라, 사지 말라며 꽁꽁 묶어두니 오히려 물건이 귀해져 값만 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퇴로가 막힌 걸 알면서도 이번에 놓치면 영영 낙오될 것 같다는 공포에 눈을 감고 도장을 찍었다”고 털어놨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98%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이후 19년 만에 기록한 최대 상승폭이다.

주목할 점은 시장의 ‘심리’와 ‘규제’의 충돌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강수를 두면서 연말 거래량은 급감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11월부터 오히려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거래는 어렵지만 “서울 집값은 결국 오른다”는 확신이 규제를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서울에서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산 매수자 수는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은행도 고심 끝에 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다시 한번 동결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어서라도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과 가계부채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대출자들의 앞날은 더 캄캄해졌다. 기준금리는 멈췄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오히려 추가 인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금리 동결 소식에도 불구하고 대출자들의 이자 고지서는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거래 동맥경화 속 호가 지지’라고 진단한다. 10·15 대책으로 실거주 의무와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지며 갭투자가 차단됐지만, 매도인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서 거래량만 빙하기에 접어든 양상이다.

전셋값과 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것도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서울 전셋값이 12월에도 0.53% 오르면서 “월세 내느니 차라리 빚내서 집 사자”는 심리가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생애 첫 매수세의 동력이 됐다.

금리 동결과 변동금리 인상 소식이 겹치면서,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영끌족들의 가계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연 2.50%의 기준금리가 유지되더라도 실제 대출 금리가 오르면 체감 경기는 더 차가울 수밖에 없다”며 “10·15 대책으로 퇴로가 막힌 상태에서 대출 금리까지 오르는 ‘자산 잠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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