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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쿠팡 때리기 본질 벗어나 유통 규제 강화 이어지면 안돼”

이데일리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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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쿠팡 때리기 본질 벗어나 유통 규제 강화 이어지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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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인터뷰]②이황 한국유통법학회장
“쿠팡사태 본질에서 벗어난 규제논의…
유통산업 전체에 불확실성 키울 수도”
“플랫폼 규제, 외국과 통상마찰 우려”
“산업혁신·소비자후생 증진 실기안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이황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쿠팡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의의 흐름은 사태의 출발점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정책 판단의 균형을 잃은 규제 강화는 쿠팡을 넘어 유통산업 전체의 규제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황(61)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최근 이데일리와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신법학관 집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이황(61)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최근 이데일리와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신법학관 집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영업정지나 동일인 지정 등 전방위적인 제재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흐름이 유통업계 전반에 규제 강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법리와 객관적 증거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과도한 특정 기업 때리기…통상오해 낳을 수도”

이 학회장은 “이번 사안의 출발은 개인정보 문제였지만, 논의가 빠르게 영업정지나 동일인 지정 등 전혀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문제 제기 자체는 필요하더라도, 논의의 방향이 충분히 정제되지 않으면 규제가 목적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학회장은 규제 논의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로 정책 판단의 냉정함이 흐려지는 상황을 꼽았다. 그는 “여론이나 정서적 반응이 앞서게 되면 법리적 판단이 뒤로 밀릴 수 있다”며 “규제는 언제나 객관적 사실과 증거, 법적 기준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을 시장지배적지위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도 이 학회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시장지배적지위 여부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이나 체감 영향력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련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 경쟁 제한성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대체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유통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법적으로 시장지배적지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며 “플랫폼 시장은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소비자 선택 역시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을 성급하게 결론 내릴 경우, 향후 다른 유통·플랫폼 기업들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규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학회장은 정부의 이 같은 접근이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통상적 오해를 낳을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규제는 국내 법제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제 통상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며 “특정 기업을 둘러싼 논의가 과도하게 확장될 경우, 외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인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쿠팡 사태, 플랫폼시장 민낯…신중한 정책 설계 필요”

다만 그는 이번 논란이 거대 플랫폼 시장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점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이 학회장은 “그동안 이론이나 통계로만 논의되던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이 실제 정책 논의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현실을 다시 점검하게 만든 계기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배송을 포함한 유통 서비스 역시 ‘굳이 없어도 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시점이 있었지만, 소비자 반응은 전혀 달랐다”며 “그 과정을 통해 특정 플랫폼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학회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적 시각”이라며 “경제 발전과 유통산업 혁신, 소비자 후생 증진이라는 본질적인 목표를 놓치지 않는 선에서 규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제된 논의와 신중한 정책 설계가 결국 유통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