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혁신파크 부지 모습. 2025.2.20/뉴스1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서울시가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부지 매각 절차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상황과 사업성을 이유로 매각 작업에 제동이 걸리며 사업 추진 자체가 미뤄지는 모양새다. 매각 절차 재개는 빨라도 하반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15일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의 새해 업무보고 내용 중 올해 상반기 중 서부권 신규 추진 사업 안건은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부권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던 국립보건원 부지 매각 안건 역시 목록에서 빠졌다.
해당 부지는 면적 약 4만8000㎡ 규모로 감정가만 4545억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보유한 유휴부지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대형 자산이지만 지난해 4월 진행된 1차 매각 공고에서 응찰 기업이 나오지 않으며 유찰됐다.
당시 서울시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거비율 상한을 최대 50%까지 완화했지만 입지 대비 높은 토지가격과 낮은 사업성 평가를 넘지 못했다. 이후 서울시는 사업자들과 논의를 거쳐 주거비율을 70~80%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국립보건원 부지를 주거 중심으로 개발할 경우 서울시가 서부권 전략으로 내세운 창조산업 거점 조성과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일자리 창출과 자급도시 조성을 핵심으로 한 개발 구상과 주거 비중 확대 사이의 충돌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한층 신중해진 정부 보유자산 매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앞서 자산매각 제도 개편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민간기업의 입찰 참여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대규모 공공자산 매각에 따른 논란 가능성,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며 입찰 부담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이에 서울시는 무리한 조건 변경이나 가격 조정 없이 매각 자체를 유보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반기 내에 매각 절차가 다시 추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서울시는 당분간 시장 흐름을 지켜보며 매각 시점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하반기 이후 매각 절차 재개가 다시 논의되겠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시점을 가늠하긴 어렵다. 부동산 경기와 금리 환경, 정책 여건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국립보건원 개발 지연은 서부권 균형발전 전략에도 공백을 남긴다. 동북권, 동남권, 도심권에서 대형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서부권은 상반기 기준 가시적인 신규 프로젝트가 없는 상태다. 국립보건원 부지는 서부권을 대표하는 전략 사업으로 거론돼 왔던 만큼 매각 중단의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립보건원 부지는 서울 도심 내에서 대규모 주거 공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유휴부지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해당 부지의 개발이 멈추면서 중장기 공급 여력도 줄어들게 됐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단순 매각 대상이 아니라 강북, 서부권 발전 전략과 연계된 곳"이라며 "매각을 위해 주거를 늘리는 방향성은 맞지 않고 시장 상황과 개발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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