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율 상향했지만 높은 가격·낮은 사업성 평가에 제동
市 "서부권 핵심 사업지, 시장상황 등 고려 신중히 검토"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 부지 모습. /사진=뉴스1 |
서울시가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부지매각 절차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상황과 사업성을 이유로 매각작업에 차질을 빚으며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매각절차 재개는 빨라도 하반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15일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의 새해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올해 상반기 중 서부권 신규 추진사업 안건은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보건원 부지매각 안건 역시 목록에서 빠졌다. 해당 부지는 면적 4만8000㎡ 규모로 감정가만 4545억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보유한 유휴부지 중 손꼽히는 대형 자산이지만 지난해 4월 진행된 1차 매각공고에서 응찰기업이 나오지 않으며 유찰됐다.
당시 서울시는 민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거비율 상한을 최대 50% 완화했지만 입지 대비 높은 토지가격과 낮은 사업성 평가를 넘지 못했다. 이후 서울시는 사업자들과 논의를 거쳐 주거비율을 70~80%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채택되지는 못했다. 국립보건원 부지를 주거 중심으로 개발할 경우 서울시가 서부권 전략으로 내세운 창조산업 거점조성과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일자리 창출과 자급도시 조성을 핵심으로 한 개발구상과 주거비중 확대 사이의 충돌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한층 신중해진 정부 보유자산 매각 분위기도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자산매각제도 개편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민간기업의 입찰참여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공공자산 매각에 따른 논란 가능성,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등 다양한 변수가 사업추진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에 서울시는 무리한 조건변경이나 가격조정 없이 매각 자체를 유보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반기 내에 매각절차가 다시 추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서울시는 당분간 시장흐름을 지켜보며 매각시점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하반기 이후 매각절차 재개가 다시 논의되겠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부동산 경기와 금리환경, 정책여건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산재했기 때문이다.
국립보건원 개발지연은 서부권 균형발전 전략에도 공백을 남긴다. 동북권, 동남권, 도심권에서 대형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서부권은 상반기 기준 가시적인 신규 프로젝트가 없는 상태다. 국립보건원 부지는 서부권을 대표하는 전략사업으로 거론돼온 만큼 매각중단의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공급 측면에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립보건원 부지는 서울 도심 내에서 대규모 주거공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유휴부지 중 하나로 꼽혀왔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해당 부지의 개발이 멈추면서 중장기 공급여력도 줄어들게 됐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단순 매각대상이 아니라 강북·서부권 발전전략과 연계된 곳"이라며 "매각을 위해 주거를 늘리는 방향성은 맞지 않고 시장상황과 개발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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