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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학생 몰려 방 없어요” 대학가 덮친 ‘원룸플레이션’

조선일보 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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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학생 몰려 방 없어요” 대학가 덮친 ‘원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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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부족하고 월세 계속 올라… 고시원으로 밀려나는 학생들
대학생들이 비싼 월세 가격 때문에 고시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부동산에 부착된 월세 알림판./박성원 기자

대학생들이 비싼 월세 가격 때문에 고시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부동산에 부착된 월세 알림판./박성원 기자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이 있는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장모(47)씨는 연초부터 자취방을 찾는 대학생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학생이 물밀듯 몰리는데도 연결해 줄 자취방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좋은 매물은 나오자마자 계약이 이뤄진다고 한다. 장씨는 “신촌에서 영업한 지 3년이 됐는데 이런 ‘방 가뭄’은 처음”이라고 했다. 요즘 상태가 좋은 오피스텔은 월세가 최소 100만원부터 시작인데 더 오를 기세라고 장씨는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대학가 주거 지도가 흔들리고 있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1년 9만8000여 명이었던 전국 4년제 대학 외국인 학생은 지난해 15만3000여 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들은 원룸 임대료를 밀어 올리고 있다. 신촌의 공인중개사 한모(67)씨는 “한국을 단기로 찾는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보다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이들이 웃돈을 얹어서라도 방을 선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임대료 폭증을 감당하지 못한 한국 대학생들이 고시원으로 밀려나는 ‘주거 하향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경희대생 A(23)씨는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학교 인근 고시원에서 살았다. A씨는 “월세 50만원 이하 원룸은 씨가 말라 고시원 외엔 대안이 없었다”고 했다. 보증금 5만원, 월세 40만원인 A씨의 4평짜리 고시원 방은 방음이 잘 안 돼 어지간하면 이어폰을 끼고 살았다고 A씨는 말했다. 대학생 이모(21)씨도 “월세도 문제지만 최소 1000만원에 달하는 원룸 보증금도 대학생들에게 큰 벽”이라며 “고시원은 경우에 따라 밥과 라면이 공짜라 고물가 시대에 식비라도 아낄 수 있는 선택지”라고 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10곳 주변의 원룸 월세(관리비 포함, 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10월 55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는 67만2000원으로 6년 새 21%가 올랐다. 가장 비싼 이화여대 인근은 79만4000원이다. 대학생이 한 달 주거비로만 거의 80만원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은 “원룸플레이션(월세 인플레이션)”이란 말도 나온다.

본지 취재팀이 15일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원에 문의하자 “빈방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곳은 보증금 10만원, 월세 33만원에 무료 독서실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고시원 주인은 “방을 잡으려는 대기자가 한참 밀려 있어 일단 이름과 번호를 남기면 순서대로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신촌의 또 다른 고시원은 ‘학기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방학 동안 방을 비우더라도 다음 학기 입주를 미리 약속하고 예약금을 걸어야 받아주는 식이다. 이 고시원 관계자는 “방학 때도 서울에 머무는 외국인 학생이 많다 보니 방학 중 비어 있는 방은 2월까지만 거주하는 조건이 달린 ‘단기 임대’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고시원 전문 중개 플랫폼 ‘고방’에 따르면, 이 앱을 통해 고시원에 들어간 ‘임대인·임차인 연결 건수’는 지난 2021년 8만9052건에서 지난해 42만428건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이 앱 월평균 방문자 수도 같은 기간 6만3652명에서 지난해 31만8601명으로 증가했다.

청년층이 고시원으로 몰리면서 저소득 중장년층이 고시원 밖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대학가 고시원들은 앞다퉈 ‘나이 제한’을 걸고 있다. 신촌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50대 차모씨는 투숙객 연령을 18~40세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건국대 근처의 한 고시원은 2030 여성만을 고객으로 받고 있다.

[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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