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쇼트트랙 ‘맏형’ 황대헌
14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이 헬멧을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호랑이 그림 양옆에 금색을 새로 입힌 ‘올림픽 전용 헬멧’이다. /장련성 기자 |
“남자 계주 올림픽 마지막 금메달이 20년 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나왔더라고요. 선배님들 영광을 재현해 팀원들과 웃고 싶습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27)은 다음 달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서 최소 네 종목에 출전한다. 500·1000·1500m 개인전과 남자 계주 5000m다. 단거리와 중·장거리 모두 강해 ‘올라운더’로 불리는 만큼 개인전 어떤 종목에서든 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2018 평창 때는 한국 약세 종목 5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2022 베이징에선 중국 텃세를 뚫고 1500m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는 유독 계주에 애정과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황대헌은 “단체전은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종목이란 점에서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반드시 금메달 따겠다는 열망이 크다”고 했다.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인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황대헌이 포즈를 취했다. /장련성 기자 |
2018 평창 당시 19세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이제 대표팀 맏형이 됐다. “어릴 때는 내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젠 시야가 넓어져 형으로서 경험을 활용해 후배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계주 훈련 때 반말로 의견을 주고받는 이른바 ‘야자 타임’ 문화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팀 막내 임종언(19)까지 모든 선수가 “대헌, 빨리” “줄여” “들어와” 같은 식으로 간략하게 얘기를 주고받는다. “선배, 더 빨리 해주세요” 하던 걸 줄인 것이다.
황대헌은 “선후배 따지기보다 빨리, 크게, 명확하게 말하는 게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며 “막내 때부터 생각해왔던 걸 최고참이 돼 실제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인 황대헌이 자신의 헬멧을 들고 웃어 보였다. /장련성 기자 |
그는 1년 전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이후 완전히 달라진 쇼트트랙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부족했다는 걸 인정하고 새롭게 다 뜯어고치기로 했다”며 탈락이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고 표현했다. 윤재명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복귀 후 황대헌이 부쩍 성숙해졌다.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졌고 코스를 지혜롭게 타고 있다”고 했다.
황대헌은 밀라노에서 옌스 판트바우트(네덜란드),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등과 메달을 다퉈야 한다. 그와 갈등을 빚다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임효준)도 경계 대상 중 하나다. 황대헌은 “임효준 선수든 누구든 각 나라의 대표로 나와 출발선에 선 경쟁 상대일 뿐”이라며 “시합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를 신경 쓰기 어렵다”고 했다.
황대헌은 ‘무게감’이란 말을 여러 번 입에 올렸다. 과격한 세리머니도 잘 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 착실히 집중하는 게 현재 목표이고, 좋은 성적이 따라오면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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