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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 포고문’ 기습 발표…“결국 美 생산시설 지으란 것”

동아일보 이민아 기자,세종=정순구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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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 포고문’ 기습 발표…“결국 美 생산시설 지으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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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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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반도체 관세 협상을 개시하겠다며 관세 부과 시동을 걸자 정부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포고문이 발표된 15일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포고문의 내용과 영향을 파악하느라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방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귀국 일정을 늦추며 현지상황 파악에 나섰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반도체 품목 관세를 꺼낸 것”이라며 “새 반도체 협상을 통해서 미국 내 신규 투자를 포함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확대 등 다양한 요구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이번엔 또 반도체 협상”…긴급회의 나선 정부-기업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당시 한미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하며 반도체 관세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정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국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파급 우려 때문에 상무부에 안보 영향 조사만 지시한 상태였다. 현재 반도체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고율관세 예고와 협상 타임라인을 제시하자 정부와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포고문에서 “상무장관과 미 무역대표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외국과 협상을 할 것을 지시한다”며 “이 선언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해당 협상의 진행 상황을 나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이날 오전 김정관 장관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포고문 발표에 따른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한국 측의 대응 활동을 점검하고 상황을 지속 관찰하면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부는 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피에스케이, 동진쎄미켐, LX세미콘 등 반도체 주요 기업과 대책 회의를 열었다.

특히 이번 포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조사한 한 보고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소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필요분의 10%만을 완전히 생산하고 있어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와 더불어 특정 반도체 공급망 부문에 투자하는 기업이 우대 관세를 받을 수 있도록 ‘관세 상계 프로그램(tariff offset program)’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은 미 행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미국 내로 가져오고 싶어 했던 것”이라며 “상호관세를 낮추며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했지만, 반도체 관세에 한해서는 또 다른 요구가 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대만은 TSMC가 신규 공장 5개 약속할 듯”

미국에 수출하는 주요 반도체 생산국은 한국, 대만, 일본 정도다. 반도체 관세에 대해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다른 어떤 국가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을 약속 받았다. 한국은 ‘미국과 반도체 교역량이 한국보다 많은 국가(사실상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팩트시트에 명시했다. 한국이 미-대만 관세 협상을 주시하는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무역 관료들이 15일경 미국에 도착해 조만간 무역 합의를 마무리 지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여 본부장이 귀국 일정을 늦춰 미-대만 합의를 파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만은 TSMC가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을 관세 합의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이 한국에도 반도체 생산기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포고문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더 많이, 더 빨리 지으라는 미 행정부의 압박”이라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 생산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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