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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독자성’ 딜레마 심화…정부 “배점 기준 마련”(종합)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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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독자성’ 딜레마 심화…정부 “배점 기준 마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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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모델 프로젝트(독파모)’가 새 국면을 맞았다. 당초 4개 정예팀이 2차 평가에 진출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2개 정예팀이 고배를 마시게 되면서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엔씨 AI는 점수 평가에서 2차 평가 진출에 실패했고, 네이버클라우드는 ‘독자성’ 평가에서 미끌어졌다.

업계 관심이 쏠린 부분은 단연 네이버클라우드의 2차 평가 진출 무산이다. 정부는 네이버클라우드가 글로벌 모델 ‘큐웬(Qwen)’ 모델의 인코더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 이번 결과의 근거라고 밝혔다. 인코더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AI 학습의 결과라 할 수 있는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2차 평가 진출이 무산되면서 명확한 독자성 기준에 대한 딜레마의 복잡성은 한층 높아졌다. 정부도 어디까지를 ‘독자 개발’이라고 봐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AI 모델의 ‘통제권’ 확보가 핵심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기술적·정책적·윤리적 세가지 측면에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을 설명했으나 모두 명확한 기준이라기보단 지향점에 가깝다.

당초 ‘독자성’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에선 네이버클라우드와 같이 일부 기능의 가중치를 활용했더라도 새로운 AI 학습 방법론을 제시했다면 독자 개발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가중치 그대로 쓴 것은 독파모 취지 어긋나”

과기정통부와 평가기관인 NIPA, 5개 정예팀은 여러 차례 심층 논의를 거쳐 1차 단계평가 방안과 기준을 마련했다. 이번 1차 단계평가는 벤치마크, 전문가, 사용자 평가를 진행했다.


벤치마크 평가는 NIA 벤치마크 평가(10점), 글로벌 공통 벤치마크 평가(20점), 글로벌 개별 벤치마크 평가(10점)로 진행했다. 3개 평가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곳은 ‘K-엑사원’을 개발한 LG AI 연구원’이다. 3개 분야 평가점수에서는 종합한 결과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4개팀에 포함됐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벤치마크 점수에서 2차 평가 진출 요건을 갖췄지만 독자성 평가 기준에서 밀렸다. 평가 기관은 기술적, 정책적, 윤리적 측면에서의 독자성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독창적 AI 모델 아키텍처 설계부터 대량 데이터를 스스로 확보·가공하는 것을 지향한다. 독자적 학습 알고리즘 기법 적용 등을 통해 전 과정 학습을 수행한 AI모델의 독자적 구현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국방·외교·안보, 국가 인프라(전력망·교통·통신망) 등에 외산 AI모델을 활용 때 국가 기밀 유출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리적 측면에서는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오늘날의 AI 생태계 구조에서 개발한 AI모델의 레퍼런스 고지 등 라이선스 정책을 준수해야 한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국가대표 AI라는 취지에 걸맞게 AI 통제권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오픈소스를 활용하게 되면서 라이선스 문제나 정보유출, 학습 방법론 독립성 등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취지다. 오픈소스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학습의 핵심이 되는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독파모 목적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류 차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출한 기술보고서 상 비디오·오디오 인코더가 문제됐다”며 “기술적, 정책적, 윤리적 측면에서 세가지로 세분화해 평가를 분석해 봤을 때 외부 모델 가중치를 그대로 가져다 쓴 부분에 대해서 ‘기술적 측면’에서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독자성 논란은 네이버클라우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업스테이지·SK텔레콤 정예팀의 모델과 관련해서도 외부 소스 활용 의혹이 있었다. 다만 두 정예팀 논란의 경우 진출 여부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지 않았다는 것이 평가위원 판단이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은 “업스테이지와 SK텔레콤 모두 (독자성 관련) 논란이 있었지만 평가위원에서 절대적인 하자로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독자적으로 개발했나” 차등 배점 기준 구체화한다

독자성 논네이버클라우드결국 네이버클라우드가 2차 평가 진출에 실패하게 되면서 ‘독자성’ 기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 시장에서 ‘독자성’ 기준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까지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았다. AI 개발 과정이 복잡한데다가 오픈소스의 취지 자체가 자유로운 활용을 기반으로 발전하는데 있기 때문에 ‘독자성’에 매몰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한국 내 기술 수준에만 머무르는 ‘갈라파고스’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브리핑에서도 오픈소스 활용이 죄악시 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류 차관은 “글로벌 시장에서 오픈소스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오픈소스 활용이 죄악시된다는 것은 아니다. 개발 단계별로 오픈소스 라이선싱 조건에 따라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AI 생태계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독자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일리는 있다. 국가 자체 기술로 만들어진 파운데이션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독파모의 최대 목표다. 라이선스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국가 AI 기술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차관은 “프로젝트 취지에 비춰보면 스스로 모델도 설계해 보고 가중치가 초기화된 상태에서 학습 경험을 쌓아보자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픈소스를 활용하더라도 더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독자성 시비 문제를 해결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기술·정책·윤리 측면에서 독자성을 평가했다고 했으나 그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독자성의 최소조건으로 ‘가중치’를 둔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AI 학습 경험의 확장’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평가 기준으로 적절한지는 별개로 따져봐야할 문제다. 아울러 ‘AI 통제권’의 범위도 확실치 않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차용한 알리바바의 큐웬모델 인코더 경우 라이선스 문제가 없어 종속성 문제에서는 벗어나 있다.

‘인코더는 활용할 수 있으나 그 가중치를 그대로 쓰는 것은 금지한다’와 같은 기준이 없다면 향후 평가 과정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김경만 실장은 “프롬스크래치에 대한 기준은 학계나 업계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해 차등, 배점을 구체화시키겠다.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 직후 네이버클라우드는 “독파모 1차 단계평가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향후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5개 팀 모두가 승자’ 거듭 강조…네이버클라우드 공석 채울 1개 팀 추가선발

정부는 독파모 프로젝트에서 ‘탈락’ ‘실패’ 등과 같은 단어로 귀결되는 것을 경계했다. 2차 진출에 실패한 정예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미국 비영리 AI연구기관 ‘에포크AI’의 ‘주목할만한 AI모델(Notable AI Models)’로 등재되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짚었다.

아울러 예정에 없던 독파모 정예팀 공석을 채울 추가 정예팀을 선발하기로 했다. 독파모 명목으로 확보된 GPU자원 및 예산을 새로운 정책으로 환원하는 것은 시간·인력적으로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행정 절차를 최소화해 4개 정예팀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류 차관은 “GPU 자원과 예산 행정 절차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한정된 자원을 적절한 절차를 밟아 지원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 기업을 늘리고 GPU를 많이 써볼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자부활전이란 말 대신 ‘재도약’ ‘추격 프로그램’ 정도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마련한 GPU 임차분 자원을 최대한 많은 기업들이 활용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개 정예팀을 추가로 선발해 2차 평가 진출 기업과 같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2차 평가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인 만큼 빠른 행정 절차로 공백을 최소화한다.

류 차관은 “(추가 1개 정예팀을 선발할 때) 최초 프로젝트를 설계했을 때 과정을 참조해 최대한 빨리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4개가 아닌 3개 정예팀만 평가에 임하게 될 경우 임차한 GPU 자원 휴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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