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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 이란 밖으로 도망간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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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 이란 밖으로 도망간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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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1919~1980)



이란의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그는 민주적으로 뽑힌 지도자였다. 여론을 등에 업고 석유 자원을 국유화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953년 쿠데타를 부추겨 모사데그를 끌어내렸다.



임금이던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팔라비)가 슬금슬금 권력을 독차지했다. 1960년대에 팔레비는 “적색 혁명에 맞서겠다”며 이른바 ‘백색 혁명’을 내걸었다. 근대화를 주도하고 나라 살림을 일으켰다. 그러나 반대 세력을 억누르고 민주주의를 억압했다. 미국을 등에 업은 개발 독재였다.



독재자 팔레비는 나라 안팎에서 미움을 샀다. 시민이 저항하자 정부는 비밀경찰을 풀어 고문을 했다. 1967년에 팔레비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이란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독일 시민이 시위를 벌였다. 학생 베노 오네조르크가 독일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독일 68혁명이 거칠어진 계기. 팔레비는 다른 나라 사회 변혁까지 몰고 온 이란의 독재자였다.



1970년대 말에 이란 혁명이 일어났다. 무슬림도 세속주의자도 좌파도 여성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가 나라 밖으로 도망친 날이 1979년 1월16일. 영영 이란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나? 1979년 3월에 여성 해방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던 이란 여성들이 진압됐다. 그런 다음 좌파와 지식인이 숙청당했다. 이슬람교 원리주의 세력이 권력을 독점. 정치범 수천명이 처형. 이란 혁명이 때때로 ‘도둑맞은 혁명’이라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란 시민의 저항이 범상치 않다. 원리주의 신정 체제는 망하지 않고 버틸까? 행여 이란 정부가 무너진다면 그다음은 어떤 체제가 될까? 망명 중인 팔레비의 아들이 권력을 노린다던데, 정통성을 인정받을지는 모르겠다. 조선 왕조가 망하고 36년 뒤에 해방이 됐지만, 이미 왕정복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지 47년인데 이란은 어떨까. 하물며 이란 사람 손으로 직접 무너뜨린 왕조인데. 아무려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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