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수 전 질병청 대변인 신간 ‘이게 화낼 일인가?’
‘분노의 시대’ 살아가는 독자에게 성찰의 질문 던져
‘분노의 시대’ 살아가는 독자에게 성찰의 질문 던져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박기수 전 질병관리청 대변인을 알게 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처음에는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 안면을 텄다. 그러다 그가 기자 출신임을 알게 되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을 언론계 선후배 관계로 교류해왔다.
몇 해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 전 대변인이 공무원 생활을 접고, 교수로서 강단에 서게 됐다고 알려왔다. 처음에는 자못 놀라웠지만 ‘박 선배라면 능히 교수 생활도 잘 하실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지켜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후배에게도 늘 예의있고, 반듯하면서도, 여느 공무원과 다른 약간의 여유가 매력을 줬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박 전 대변인이라면 스스로 분노를 다스릴줄 아는 방법을 알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로 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 등 모든 공간에 분노가 넘쳐나는 시대다. 일상이 된 분노 탓에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화가 치밀고, 감정은 순식간에 증폭되는 사례를 종종 뷰볼 수 있다. 어쩌면 스스로도 그런 감정에 매몰돼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분노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졌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짜증과 분노를 개인의 성격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박 전 대변인은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를 생존의 도구로 사용했던 인류의 진화 과정부터 뇌의 신경·호르몬 작용,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규범,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집단 분노까지 폭넓게 짚는다. 화는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낸 반응일 수 있다는 점을 차분히 풀어낸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화를 ‘중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분노가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 분노를 표출했을 때 얻는 일시적 해소감, 그리고 그로 인해 다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을 설명한다. 이는 화를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책은 또 가족 관계, 직장, 온라인 공간 등 현대인이 분노를 가장 자주 경험하는 장면들을 다룬다. 다만 구체적 사건을 나열하기보다, 왜 그런 상황에서 화가 증폭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화를 줄이기 위한 해법 역시 단기적인 감정 조절 요령이 아니라, 수면·운동·호흡·생활 리듬 같은 건강한 습관과 사고의 전환을 중심에 둔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결국 삶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라는 메시지다.
이 책은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되, 과도한 전문용어를 경계한다.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점도 특징이다. 저자는 화를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신호로 바라본다. 화가 났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듣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 중 기억이 남는 구절을 하나 소개한다. ‘화’와 ‘분노’를 참지 못하게 된 요즘, 금과옥조 같은 내용이 아닐까 싶다.
“화는 외부 자극에서 시작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 안의 대회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안 좋은 말들이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올 때, 감정은 쉽게 폭발한다.”(275쪽)
이게 화낼 일인가?/박기수 지음/예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