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025년 1월 12일(현지시간) 양자면담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맞지 않는다.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서울 외환시장에서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15일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베선트 장관의 14일(현지시간) 발언 이후다. 장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발언 직후 원·달러 환율은 11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정부는 이 발언을 즉흥적이거나 돌발적인 메시지로 보지 않는다. 이미 실무선에서 외환시장 상황과 원화 흐름에 대한 인식 공유가 이어져 왔고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재무장관 면담에서도 환율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특히 원화 약세가 한·미 전략적 투자 MOU(업무협약) 이행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부상한 점을 발언의 직접적 배경으로 꼽는다.
원화 흐름이 불안정할 경우 투자 집행 시점·규모는 물론 금융시장 안정성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양국 재무당국 사이에 공유됐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원화 흐름'이 양국 경제협력의 중요한 요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미국 재무부의 메시지도 나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베선트 장관이 개인 SNS를 통해 먼저 발언한 뒤 미 재무부가 공식 문건(readout)으로 이를 재확인한 것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미 재무부 내부 행정 절차로 공식 문건 공개가 다소 지연되는 상황에서 장관이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 측이 원화 약세를 한·미 경제협력과 연결된 중요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발언은 미국 재무당국이 현재 원화 약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비교적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재무부 장관이 특정 국가의 환율 움직임을 직접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변동성 우려' 수준을 넘어 '펀더멘털과의 괴리'를 명시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이를 미국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일본과의 회담에서는 '과도한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만 언급됐을 뿐, 엔화 가치가 일본의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는 표현은 없었던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 요소다.
정부가 베선트 발언을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 반응이다. 발언 직후 역외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들이 이 메시지를 원화 가치를 재평가하는 신호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신호가 국내 시장에서는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환율 하락을 '달러 저점 매수 기회'로 여기면서 환율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정부는 과도한 환율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서학개미의 국내 투자 전환시 세제 지원, 국민연금 관련 프레임워크 개편 등을 준비 중이다. 환율 대책이 먹히지 않을 경우 거시건전성 차원의 추가 옵션도 열어두고 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세종=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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