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천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 /뉴스1 |
아들·조카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병천 전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정빈 판사는 15일 위계 공무집행 방해와 사기 등 혐의를 받는 이 교수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제자로, 과거 복제견 실험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미성년 아들을 논문에 공저자로 허위 등록한 뒤 이를 강원대 수의대 편입에 활용하고, 서울대 대학원 입시 문제를 아들에게 알려준 혐의 등으로 2020년 불구속 기소됐다. 2013~2014년 조카의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 지원 사실을 알고도 이를 학교에 알리지 않은 채 직접 문제 출제와 채점에 관여한 혐의도 받았다.
외국인 유학생 인건비 1600만원을 편취하고 실험견 공급 대금을 부풀려 연구비를 빼돌린 혐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실험한 혐의도 있었다. 이 전 교수는 연구비 유용과 입시 비리가 감사에서 드러난 뒤 2022년 9월 서울대에서 파면됐다.
재판부는 이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대는 2010년부터 친인척 응시 시 회피 의무를 확대해 왔고 이 전 교수는 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였다”며 “조카의 지원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대학원 입시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해치고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했다. 아들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대학원 신입생 선발 업무의 방해 위험을 초래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연구비 관련 혐의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 인건비를 돌려받아 빼돌린 사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인건비와 장학금은 연구 참여자에게 주어져야 하는데 이를 반환하게 한 것은 사업비 유용이자 연구 참여의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 끼워 넣은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아들이 논문에 참여해 실제 실험과 영문 교정 등을 수행했다”며 허위 등재가 아니라고 봤다. 실험견 공급 대금 과다 청구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도 증거 부족 등으로 무죄 판결했다. 이날 이 전 교수 자녀 대학 편입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학교수 3명과 미승인 동물 실험·불법 채혈 등에 관여한 연구실 직원, 식용견 사육 농장 업주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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