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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축구, 돈 내고 왜 봐요?"…스포츠광 영국인들 도둑 시청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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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축구, 돈 내고 왜 봐요?"…스포츠광 영국인들 도둑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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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불법 스트리밍 시청 33% 급증
합법 플랫폼 무료→유료 전환 및 구독료 인상 등 영향
작년 상반기 10곳서 16억건 조회…불법성 인식 낮아
광고주가 불법 도박 사이트…악성코드·피싱 등 노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민 대부분이 축구 시청을 즐기는 영국에서 불법 스포츠 스트리밍 시청이 급증하고 있다. 기존 무료 플랫폼이 유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다, 합법 플랫폼 대부분이 구독료를 인상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사진=AFP)

(사진=AFP)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업체 ‘일드섹’(Yield Sec)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상반기 영국 상위 10개 불법 스포츠 스트리밍 사이트의 조회수가 16억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드섹은 웹사이트와 앱 전반의 활동을 추적하고 일부는 위장 잠입 방식으로 조사해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90초 이상 지속된 ‘스트림 조회’만 집계에 포함했다.

이들 사이트는 축구, 복싱, 테니스, 크리켓 등 인기 스포츠뿐 아니라 영화·TV 프로그램까지 무료 또는 소액 결제 방식으로 제공한다. 또한 규제를 받지 않는 도박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 서비스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류 소셜미디어(SNS)에서 불법 도박·가상자산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드섹 설립자인 이스마일 발리는 “불법 도박은 불법 스트리밍을 움직이는 상업적 엔진이고, 불법 도박은 불법 스트리밍을 발판 삼아 성장한다”며 “양쪽은 공생 관계”라고 말했다.

합법적인 라이브 스포츠 중계가 점점 유료 장벽 뒤로 이동하고 구독료도 오르면서, 시청자들이 불법 스트리밍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을 범죄 행위라기 보다는 합법 스트리밍보다 더 저렴하고 간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영국 응답자의 58%는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영국 정부 보고서에서도 2024년 기준 전체 인구의 38%가 불법 라이브 스포츠 중계를 시청했다고 답했다.

이는 영국에서 불법 스포츠 중계 시청자에 대한 형사·민사 제재가 극히 드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포츠 리그·중계권자·도박 안전 단체들은 이 같은 그림자 생태계가 다른 위험을 동반한다고 경고한다. 이용자들이 무허가 도박 사이트와 악성코드에 노출돼 신원 도용과 각종 사기의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보안기업 오픈텍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사이트의 90%에서 악성코드, 피싱, 가짜 보안 소프트웨어, 기타 사기성 콘텐츠가 발견됐다. 일드섹 보고서에서도 무허가 도박 사업자들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발판 삼아 영국 도박 시장의 9%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발리는 “불법 스트리밍 업체들은 합법 사업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과 각종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후한 가입 보너스와 판촉을 제공할 수 있다”며 “그 덕분에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품으로 고객을 더 쉽게 유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공격적 광고비 집행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운영을 떠받치고 있다”고 거듭 꼬집었다.


합법 권리자들은 삭제 요청, 법원 명령,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동원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다즌 그룹(DAZN Group) 등 스포츠 중계권자가 참여하는 ‘창의성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연합’(ACE)은 주요 해적 사이트를 폐쇄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공조하고 있다.

연합은 지난해 9월 이집트 경찰과 공조해 세계 최대 규모 불법 스트리밍 네트워크로 지목된 ‘스트림이스트’(StreamEast)를 폐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네트워크는 80개의 도메인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축구, 포뮬러1, 미국프로농구(NBA) 중계를 제공했으며, 직전 1년 동안 방문 횟수가 16억건을 웃돌았다.

하지만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단속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한 사이트나 스트림이 차단되면, 규제가 느슨한 지역에 서버를 둔 다른 도메인들이 곧바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ACE의 다니 박사는 이런 단속을 ‘두더지잡기 게임’(whack-a-mole)에 비유하며 “우리 단체는 보다 규모가 큰 운영자들을 추적·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콘텐츠는 해적 사이트에 특히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며 “라이브 경기는 종료되는 순간 상업적 가치 대부분을 잃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