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2.50%…5연속 ‘동결’
환율 상승분 4분의3은 달러강세·엔화약세
“수급 쏠림 및 환율 절하 기대 바꿔줘야”
환율 상승분 4분의3은 달러강세·엔화약세
“수급 쏠림 및 환율 절하 기대 바꿔줘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최근 환율 상승세에 대해 “4분의 3 정도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다”며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우리만의 요인(수급)”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12월 말 이후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해외투자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며 “대기업들도 해외에서 외환을 갖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대규모로 달러를 사는 상황이 다시 반복됐다”며 “올해 1월에도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자금은 지난해 10~11월과 유사하거나 큰 폭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집단을 탓했다고 하지 말아달라”며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장의 수급 쏠림과 환율이 계속 절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꿔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대외 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도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며 “외화 부채가 많아서 그걸 못 갚으면 기업이 무너지고 부도가 나던 과거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에는 달러가 풍부하다”며 “환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고 빌려만 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비관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국 경제가 폭망이고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누가 위너가 되더라도 앞으로 적어도 1년 내 우리 (반도체) 산업 전망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중에 원화가 과도하게 풀려 고환율을 초래했다는 이른바 ‘M2논란’에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총재로 취임한 후 금융안정을 위해 가계부채를 줄이려 노력했고, 그 결과 M2(광의 통화) 증가율이나 수준은 이전에 비해 늘어나는 추세가 멈췄다”며 “한은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뿐 아니라 정기예금, 수익증권 등 비교적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포함한 자료다. 한은이 전날 국회 기재위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광의 통화(M2) 비율은 153.8%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과도한 통화량이 고환율 요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퍼진 바 있다.
또 최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이 미국보다 2배 높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설명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GDP 대비 M2 비율을 놓고 유동성이 많다고 하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이라고 일축했다.
금리인하 사이클 종료 시사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융통화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결정됐다. 앞서 지난해 8월, 10월, 11월에는 신성환 위원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지만, 이번에는 입장을 바꿨다.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해선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금리를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앞으로 3개월 시계에서도 현 경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나머지 1명은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점을 근거로 현재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 놔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당시에는 3대3으로 의견이 갈린 바 있다.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금리 인하’ 관련 문구도 삭제됐다. 결정문에는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됐다. 기존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는 빠졌다.
이 총재는 지난해 언급한 ‘방향 전환’ 발언이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를 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11월에는 금리 인하 기대에 많은 베팅이 있었다”며 “제가 욕을 먹더라도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해 11월 외신 인터뷰에서 '방향 전환'을 언급으로 시그널을 줬고, 그 뒤로 시장금리가 올랐다”고 말했다. 다만 “이것으로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잡힐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 요구에 대해선 “한은 금리 정책은 환율을 보고 하지 않는다. 대신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보고 한다”며 “금리로 환율을 잡으려면 한 2∼3%포인트(p) 올려야 하고,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