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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2026년, 자율주행 글로벌 경쟁력 갖출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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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2026년, 자율주행 글로벌 경쟁력 갖출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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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중부대 교수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중부대 교수

2026년은 우리나라 자율주행 정책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고, 인공지능(AI)·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명확한 정책 우선순위에 있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은 개발 단계를 상당 부분 지나왔다. 센서, 인지, 판단, 제어 등 핵심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져 기술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제 경쟁의 무대는 누가 먼저 상용화를 입증하고, 더 많은 안전의 증거를 확보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뛰어난 성능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실제 도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된 안전성과 운영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규제와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장벽을 넘기 어렵다.

올해 자율주행 정책의 핵심은 단연 대규모 실증이다. 이는 단순한 시범 운행이 아니다. 다양한 교통 환경과 기상 조건, 혼잡 상황에서 장기간 반복 주행으로 사고·준사고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근거로 안전성을 설명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수백만~수천만㎞의 주행 데이터를 경쟁적으로 쌓는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실증의 규모와 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상용화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

올해 자율주행 관련 예산은 실증도시 구축, 데이터 학습 인프라, 제도 정비 등으로 폭넓게 배분되고 있다.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정책 설계 초점은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먼저 실증의 목표를 기술 시연이 아닌 상용 승인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실증 결과가 어떤 인증·안전 기준·제도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면 실증은 반복되는 이벤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안전·보안·소프트웨어 관리를 포함한 통합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사이버 보안, 무선 업데이트, 운행 중 결함 대응을 포함한 종합적 안전 관리가 국제적 요구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분산 실증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통합도 요구된다. 조건과 목적에 따라 실증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국가 단위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자율주행 상용화는 경제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고 감소와 인력 효율화, 운영비 절감 효과가 수치로 입증되지 않는다면 시장과 투자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자율주행 도입이 사회 비용을 얼마나 줄이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보험 비용과 교통사고 사회적 손실, 대중교통 운영비 절감 등 구체적 비용 편익 분석이 제시돼야 자율주행이 현실적 대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최종 관문은 국제 안전 기준이다.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안전·보안·운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출과 확산에 제약을 받는다. 기술 추격이 아니라 국제 기준을 선도하거나 최소한 충족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대규모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안전 논리 구축, 제도와 기술의 동시 발전, 국제 협력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단지 달리게 할 것인가, 상용화를 증명할 것인가. 전자는 연구 성과로 남지만, 후자는 산업과 시장을 만든다. 늘어난 예산은 분명 기회다. 그러나 예산이 대규모 실증과 상용 증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회는 다시 흘러가 버릴 것이다. 자율주행 정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증거를 만드는 능력,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의 축적이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중부대 교수 hsy13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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