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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낮춘 국방차관 의전서열, 9위서 2위로 올린다…문민통제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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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낮춘 국방차관 의전서열, 9위서 2위로 올린다…문민통제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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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국방부차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헤이스 테엔만 네덜란드 국방부 획득·인사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두희 국방부차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헤이스 테엔만 네덜란드 국방부 획득·인사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군에 대한 문민통제 확립 차원에서 현재 ‘넘버 9’인 국방차관의 의전 서열을 장관 다음인 ‘넘버 2’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차관의 직무권한에 부합하도록 국방부 장관 다음으로 차관 의전서열 상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장관 유고시 차관이 군 수뇌부인 합참(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하게 돼 있는데, 군예식령 등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게 돼 있어 의전서열 역전 논란 등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입법예고 및 관계 부처 의견수렴 후 대통령령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관 직속 자문기구인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도 최근 이런 내용을 국방부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은 중앙행정기관인 행정부처의 장관 다음의 제2인자인 정무직 공무원이다. 이른바 ‘넘버 2’다. 정부조직법에는 “차관은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하며, 그 기관의 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장관이 해외순방 등으로 부재할 경우 차관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필요할 경우 합참 의장의 보고를 받고 지시도 내려야 한다.



그런데 다른 부처와 달리 군 내부에서 국방차관은 넘버 9 대접을 받는다. 국방차관의 의전서열은 장관과 대장 7명 다음이라 서열 9위다. 대통령령인 ‘군예식령’을 보면, 의전 서열이 국방장관(1위)-합참 의장(2위)-육·해·공군 참모총장(3~5위)-대장(6~8위,지상작전사령관·제2작전사령관·한미연합사 부사령관)-국방부차관(9위)-중장(10위) 순이다.



국방차관은 대장(4성 장군)과 중장(3성 장군) 중간쯤 예우를 받아 3.5성으로도 불린다. 군예식령에는 사열하거나 이취임식을 할 때 군악대가 쏘는 예포의 수가 대통령 21발, 대장 19발, 중장 17발, 소장 15발, 준장 13발인데 국방차관은 중장과 같은 17발을 쏘도록 명시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해 12월3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2025년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진영승 합동참모의장, 각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을 비롯해 국방부·합참·각군 및 기관의 주요직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의전서열에 따라 헤드테이블에는 안규백 장관, 육·해·공군 참모총장 5명이 자리잡았고, 이두희 국방차관은 왼쪽 국방부 당국자들(양복 양장 차림) 줄 가운데 첫번째에 서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해 12월3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2025년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진영승 합동참모의장, 각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을 비롯해 국방부·합참·각군 및 기관의 주요직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의전서열에 따라 헤드테이블에는 안규백 장관, 육·해·공군 참모총장 5명이 자리잡았고, 이두희 국방차관은 왼쪽 국방부 당국자들(양복 양장 차림) 줄 가운데 첫번째에 서 있다. 국방부 제공


‘넘버 9 국방차관’은 단순한 의전 문제가 아니라 문민통제에도 장애가 된다. 현재 합참 의장, 각 군 참모총장은 물론이고 야전군 사령관(지상작전사령관·제2작전사령관)의 서열이 국방차관보다 높다. 이 때문에 합참과 각 군 본부 간부들이 국방차관의 지시를 합참 의장과 참모총장의 지시보다 무게를 두지 않는 일이 생긴다. 2017년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 때는 “국방부 장관 부재 때 합참 의장이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국방부 차관을 보좌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방장관과 국방차관의 리더십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기둥인데, 국방차관의 리더십이 흔들릴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문민통제가 민주주의 기본으로 확립된 선진국들을 보면, 국방차관이 현역 대장보다 서열이 높다. 한국도 원래 국방차관이 대장보다 서열이 낮지 않았다. 1948년 8월16일 국방부가 출범한 이래 수십년에 걸쳐 확립된 국가공무원과 군인·군무원의 예우 수준을 살펴보면, 장관-차관-대장-중장-소장-준장 순이었다. 1968년도 ‘국방백서’에도 명시된 서열이 최영희 국방장관-이형호 차관-임충식 합참 의장 순이었다. 이때는 국방차관이 다른 부처처럼 넘버 2였다.



장관-차관-대장이던 서열이 바뀐 것은 전두환 때다. 당시 군인 예우를 파격적으로 높인 것은 신군부 쿠데타에 대한 군 내부의 반발을 무마, 회유하려던 편법이었다. 국방차관을 넘버 9에서 넘버 2로 바꾸는 것을 문민통제 강화 차원뿐만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라 할 만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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