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스토리]
사람들이 버그도프 구드맨스 5번가 백화점 앞을 지나가는 모습/사진=로이터 |
15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 고급 백화점 체인 '삭스피프스애비뉴'가 경영 위기를 맞으면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글로벌 명품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무리한 사업 확장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업계도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삭스피프스애비뉴의 모회사인 삭스글로벌은 1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연방파산법원에 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기업 회생)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삭스 글로벌은 유통 부문인 삭스피프스애비뉴의 자산과 부채 규모를 각각 1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사이(약 1조4000억원~14조원)로 신고했다. 삭스글로벌은 백화점 운영을 유지한 채 구조조정을 서두르겠단 방침이다.
1867년 앤드루 삭스의 뉴욕 남성복 매장에서 시작한 삭스피프스애비뉴는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 백화점이다. 특히 1924년 개점한 맨해튼 5번가 플래그십 스토어는 각종 명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미국 고급 패션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삭스글로벌 산하엔 삭스피프스애비뉴를 비롯해 '니만마커스' '버그도프굿맨' 등 최고급 백화점들이 포진해 있다.
외신에서는 삭스글로벌이 파산하게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니만마커스 인수를 꼽는다. 라이벌 백화점을 사들여 럭셔리 부문에서 강력한 기업을 만들겠단 포부였으나 막대한 부채를 불러 일으키면서 자충수가 됐다는 것. 2024년 삭스는 니만마커스를 27억달러(약 4조원)에 인수하며 거대 그룹이 됐다.
여기에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명품 수요가 줄어든 것도 경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경제 불안감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올해도 전세계 명품 판매는 2년 연속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명품 시장의 광범위한 둔화는 삭스피프스애비뉴의 매출에 타격을 줬고 이 영향으로 회사는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브랜드들이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고객들이 환불 지연을 겪으면서 삭스피프스애비뉴의 매출은 더욱 감소했다.
주요 명품 기업들은 수천억원의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로이터는 삭스글로벌의 무담보 채권자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구찌'를 보유한 프랑스 케링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샤넬이 1억36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케링(6000만달러)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2600만달러) 등이 무담보 채권자로 등재됐다. 이밖에 발렌티노 모기업 '마이훌라'를 비롯해 까르띠에 모기업 '리치몬트' 그밖에 '브루넬로 쿠치넬리' '버버리'도 채권 금액 기준 상위 30위 안에 들었다.
외신은 최근 몇 년간 '바니스 뉴욕' '로드 앤 테일러' 캐나다의 '허드슨 베이' 등 주요 백화점이 파산하면서 삭스피프스애비뉴 역시 완전 복구될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글로벌 명품 유통의 판도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