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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진전' 뒤에 배제된 역사정의를 우려한다!

프레시안 현창민 기자(=제주)(pressianje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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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진전' 뒤에 배제된 역사정의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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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기자(=제주)(pressianjeju@gmail.com)]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간 협력과 실용 외교,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며 진행되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일부 진전에 대해서는 평가하되,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야기된 문제 전반이 구조적으로 배제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14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나라 현 대표 문화유적지 호류지를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14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나라 현 대표 문화유적지 호류지를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우선 조세이탄광 조선인 희생자 유골 발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전향적 태도를 보인 점은 분명히 평가한다. 1942년 일본 우베시 조세이 탄광에서 183명의 한국인과 일본인 노동자들이 수몰 사망한 사고가 있었지만 80여 년이 지난 작년 8월에서야 유해가 처음으로 발굴되었다.

양국은 동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당국 간 실무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오랜 세월 방치되어 온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해 문제를 국가 차원의 협의와 책임 영역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강제동원 피해의 실재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된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존엄 회복, 애도와 기억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 전반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이로 인한 일본군성노예제와 강제동원이라는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커다란 한계를 보였다.

일제의 '과거사' 문제는 미래 협력과 실용 외교라는 이름 아래 부차적인 사안으로 밀려났으며, 가해 국가의 책임을 묻는 핵심적 질문은 회피되었다. 천년고도라는 고대의 장소에서 인공지능의 미래의 시간대로 건너뛰는 사이, 근현대사에 있었던 일본의 불법적 한반도 식민지배와 전쟁범죄는 가려졌다.

방일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방송된 NHK 인터뷰에서 일제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되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며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나쁜 추억들은 잘 관리해 가면서, 좋고 희망적인 측면은 최대한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일제의 추악한 반인도적 범죄행위가 단지 '나쁜 추억'에 불과한가. 일방적 수탈과 착취, 엄청난 인명 피해로 점철되었던 일제의 만행이 쌍방향적 '추억'으로 축소될 일인가.

그즈음 한일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나라현 나라시를 방문한 다카이치 총리는 고 아베 신조 총리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위령하는 유혼비(留魂碑)를 참배해 “다시금 마음을 집중하고 일본의 조타수라는 중책을 맡은 자로서의 결의를 새롭게”한다고 했다.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해 온 극우 정치의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피해자들의 존엄을 짓밟고서라도 자국의 명예와 위신을 지키고자 한 극우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일 정상회담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 아니겠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일본의 '전향적 태도'가 실상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다. 일본의 극우적 역사관을 정상회담이라는 외교 무대에서 사실상 승인받고, 이를 통해 자국 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산된 연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조세이탄광 유골 발굴 문제 역시 단발성 인도적 조치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유해 발굴은 일제의 불법적 식민지 지배와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법적 책임을 전제로 할 때에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국가 책임 인정과 사죄, 배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발굴은 정의로운 해결이 될 수 없다.

정의기억연대는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에 다시 한번 요구한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과거를 덮는 방식으로는 결코 구축될 수 없다. 일제의 한반도 불법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인정과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논하는 양국 간 신뢰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강제동원과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과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이 전제되지 않는 협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역사정의 없는 화해와 평화 또한 불가능하다.

이번 조세이탄광 유골 발굴 논의가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일본의 전쟁범죄 책임을 전면적으로 이행하는 출발점이 되도록 양국 정부의 분명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다.

[현창민 기자(=제주)(pressianje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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