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글로벌 공통 화두로 떠오른 ‘K자형 성장’과 관련해 “한국의 양극화는 통화정책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식 경기 회복과 달리 한국의 K자형 현상은 경기 지표의 괴리보다 산업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만큼, 해법의 무게중심은 금리정책이 아닌 정부의 재정·구조조정·산업정책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K자형 회복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하청기업 간 연결성이 매우 높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며 "다른 나라처럼 산업 간 완전히 분리된 양극화보다는 공급망 안에서 구조조정 압력이 특정 산업과 지역에 집중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출과 실적이 좋은 산업,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이들과 연결된 일부 협력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반면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된 석유화학·철강 등 일부 업종과 이와 연계된 지역, 하청업체들은 구조조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자동차 산업만 보더라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산업 전반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이 같은 산업 구조 변화가 한국형 양극화의 핵심 배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러한 양극화를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통화정책은 이런 구조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며 "금리를 조정하면 부채 비율이나 자금 조달 여건에 따라 더 크게 영향을 받는 부문과 덜 받는 부문이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비대칭적 영향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통화정책을 통해 특정 계층이나 산업의 양극화를 직접 완화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논의 중인 제도 개선 역시 통화정책의 비대칭적 파급효과를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양극화 문제의 해법은 결국 재정정책과 구조조정, 산업정책의 영역"이라며 "통화정책은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적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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