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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의 대중 범죄학> “NO”하는 경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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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의 대중 범죄학> “NO”하는 경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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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동국대 명예교수

이윤호 동국대 명예교수


최근 전·현직 국가경찰위원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찰 지휘부에 당부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바로 “경찰은 전지전능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아니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경찰을 응원하는 충정의 말이었다.

경찰 활동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일이고, 긴급한 찰나의 순간에 결정과 행동을 요구한다. 당연히 위험한 일은 아무나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경찰은 시민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들 시민과 우리 경찰”이라는 직업적 부문화도 형성했다.

그렇게 위험한 일은 전문가인 경찰에게 맡겨야 한다는 논리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적지 않은 경찰 업무가 위험한 일이고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문가주의’가 설득력이 있었을 때의 경찰과 과학기술 사회인 지금의 경찰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전통 범죄만을 표적으로, 순찰을 통한 예방 및 억제와 범죄 발생 이후 범인의 검거라는 사후 대응적 수사 활동이 일의 전부라면 전부였을 때와 디지털 사회와 과학기술 사회에서의 범죄는 그 모습도, 원인도, 따라서 대응 방식도 전혀 다를 수밖다.

그럼에도, 혹시 우리 경찰이 아직도 과거 전통에 얽매여있지는 않은지 노파심이 들었던 것이다.


한때 ’이상 동기 범죄‘나 비교적 최근에는 ’공중 협박 범죄‘가 빈발하자 모두가 경찰을 질타했는데, 사실 어떤 범죄라도 예방하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범죄의 궁극적,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그 원인이 해소돼야 한다.

하지만 가난이나 계층 간 갈등, 양극화가 원인이라면 경찰이 범죄의 예방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서현역·신림역에서 칼부림 난동이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모방 범죄 같은 흉기 난동과 공중협박이 빈발하자 경찰은 서현역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무장 경찰관의 순찰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런 유형의 범죄가 정신질환이나 사회적 증오나 극단적이고 상대적인 박탈감이 원인이라고 진단되고 있는데 순찰 강화나 장갑차 배치는 코미디가 아닌가?


왜, 경찰은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하는가? 빈곤이 원인이라면 이는 경찰력이 아닌 경제의 영역이고, 정신질환이 문제라면 공중보건의 문제이며, 양극화나 박탈감의 문제라면 복지의 책임이 돼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경찰 업무는 위험하고, 따라서 전문가인 경찰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지어 전통적 경찰 활동이나 업무조차도 지역사회와 시민의 참여와 협조가 없다면 경찰은 존재할 수도 없고, 기능할 수는 더더욱 어렵다.

순찰을 통한 범죄의 인지는 희망사항일 뿐이고, 거의 모든 범죄는 시민이나 피해자나 목격자의 신고로 인지되고, 제보로 해결되거나 CCTV나 DNA 분석과 같은 과학기술이 해결해주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인력 자원의 한계나 효율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민영화나 민간화 또는 과학화, 기술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제는 인력 치안보다 과학기술 치안, 공공경찰 독과점보다 민영화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정신질환이나 사회적 증오의 발로가 흉기 난동이나 이상 동기 범죄의 원인이라면 형사 정책, 치안 정책만이 아니라 공중보건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나 시민이 건강하다면 위의 범죄들은 자연스레 해결된다. 병자에게 매질하는 것은 아픈 곳을, 질병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제 치안 서비스는 민과 공, 사람과 과학기술의 공동 생산이 돼야 한다.

이는 결국 경찰이 치안 서비스의 독과점을 내려놓을 때라는 명령으로 ”나 아니면 안 된다“ “나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제 우리 경찰도 “이건 우리만의 문제요, 책임이 아니라고, 우리 다 함께 같이 해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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