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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한화⑥] 지분 증여부터 사업 재편까지 승계 시계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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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한화⑥] 지분 증여부터 사업 재편까지 승계 시계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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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한화그룹의 지주사 ㈜한화가 단행한 인적분할은 지난 30여 년간 이어져 온 한화그룹의 성장사를 집대성하는 동시에, 그룹의 핵심 사업축이 명확히 구분되면서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물리적 토대가 사실상 완성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은 특히 이번 결정을 두고 한화그룹의 승계 시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지분 승계의 큰 그림이 그려진 상황에서 사업 영역을 분리해 각 형제에게 독립된 경영 무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업 가치 제고와 지배구조의 선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1992년 제2창업에서 2026년 승계 완성까지, 한화의 변신
1992년 한국화약에서 ㈜한화로 사명을 변경하며 종합 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던 한화는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당시 한화기계와 한화골든벨 등을 합병,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한화만의 DNA를 만들어 냈다.

2010년대 들어 한화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2014년 삼성과의 빅딜로 방산과 화학 부문을 강화했고 한화테크엠 합병으로 기계 제조 역량을 내재화했다. 최근에는 방산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결집하고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동시에 한화건설 합병과 모멘텀 부문의 물적분할에도 돌입했다.

1월 14일 발표된 인적분할은 이 모든 과정의 화룡점정이다. 존속법인인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에너지와 김동원 사장의 금융을 품고 글로벌 중후장대 기업으로 나아간다. 신설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김동선 부사장의 지휘 아래 로봇, 정밀기계, 유통을 융합한 스마트 솔루션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분할 비율은 존속 76% 대 신설 24%로 설정되었으며 오는 7월 분할이 완료되면 한화그룹은 명확한 두 개의 지주사 체제로 운영된다.

사진=한화

사진=한화


지분 정리는 끝났다, 이제는 '성과'로 증명할 시간
재계가 이번 분할을 승계 완성으로 해석하는 근거는 이미 지분 정리가 상당 부분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볼 필요가 있다. 2025년 4월, 당시 한화그룹은 한 차례 거센 파도와 마주했다.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방산 시장 확장을 위해 3조 6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주가가 13% 이상 폭락하고 시가총액 4조 2000억 원이 증발하는 등 주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시장의 의심은 구체적이었다. 유상증자 발표 불과 일주일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한화오션 주식 7.3%를 1조 3000억 원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 회사에 거액의 현금을 쥐여준 직후 일반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결국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정도로 여론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한화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 한화에너지가 구원투수로 등판했기 때문이다. 등판 방식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초 전액 주주배정 방식으로 추진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전체 3조 6000억 원 중 1조 3000억 원을 한화에너지 등 3개 사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돌린 것이다.


핵심은 가격이었다.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 시 주가 하락 위험 등을 감안해 대주주를 포함한 참여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다. 실제로 당시 일반 기존 주주들은 15%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받았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회사인 한화에너지는 할인율 '0%', 즉 시장 가격(시가) 그대로 주식을 매입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화에너지는 무려 1조 3000억 원의 15%에 해당하는 약 2000억 원 규모의 할인 혜택을 스스로 포기했다. 명백히 대주주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당장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고통 분담을 넘어선 대주주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희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론이 뒤집힌 순간이다.

한화에너지의 이 같은 결단은 '일석사조(一石四鳥)'의 묘수가 됐다. 먼저 한화에너지로 넘어갔던 한화오션 지분 매입 대금 1조 3000억 원이 고스란히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되돌아오게 함으로써 '승계 자금 유용'이라는 논란의 고리를 완벽하게 끊어냈다. 여기에 일반 주주들이 짊어져야 할 유상증자 규모가 대폭 축소됨에 따라 지분 가치 희석 우려를 덜어냈으며 대주주가 시가로 참여한다는 것은 주가 상승에 대한 경영진의 강한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신호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2000억 원이라는 당장의 이익보다 주주 신뢰와 투명한 승계라는 무형의 가치를 선택함으로써 그룹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당시의 이 '대주주의 희생'은 승계 자금 논란을 일거에 잠재웠을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이 추구하는 책임 경영의 진정성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 신뢰의 자산은 2026년 1월, ㈜한화의 인적분할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시장이 '악재'가 아닌 '호재'로 받아들이게 만든 강력한 지지대가 되었다는 평가다.


밸류업으로 화답한 한화, 주주와 동행 선언
이번 인적분할이 과거 재계의 쪼개기 상장 논란과 궤를 달리하는 것은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한화는 분할 발표와 동시에 발행주식의 약 5.9%에 달하는 자사주 445만 주(약 4562억원 규모)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자사주 소각 중 최대 규모로 주당 가치를 즉각적으로 부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배당 정책 역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분할 이후 배당금을 전년 대비 25% 상향한 주당 1000원(보통주 기준)으로 책정했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 성장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조치다. 존속법인은 방산과 금융이라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통해 안정적인 배당 여력을 확보하고 신설법인 역시 유통과 기계 부문의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주주 환원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인적분할 이후 시가총액이 35% 이상 급등하며 시장의 재평가를 받았던 성공 사례는 이번 ㈜한화 분할의 강력한 레퍼런스다. 복합기업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받던 각 사업 부문이 독립된 법인으로서 제값을 받게 되면 주주와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


안보는 김동관, 금융은 김동원, 신사업은 김동선
7월 이후 펼쳐질 '뉴 한화'의 풍경은 삼형제의 색깔만큼이나 다채롭다.

김동관 부회장은 명실상부한 그룹의 리더로서 국가 안보와 에너지 자립을 책임진다.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탈탄소 해양 생태계 비전을 제시한 그는 한화오션의 친환경 선박 기술과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과 경쟁한다. 방산 부문 역시 K9 자주포와 잠수함 수출을 통해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넘어선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김동원 사장은 존속법인 내에서 금융 부문을 이끌며 내실을 다진다. 한화생명을 필두로 한 금융 계열사들은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당장 인적분할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금산분리 규제와 자본 확충의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지만 향후 그룹 내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동선 부사장은 신설법인을 통해 가장 혁신적인 실험에 나선다. 백화점과 호텔이라는 전통적인 서비스 산업에 한화로보틱스의 로봇 기술과 한화비전의 AI 솔루션을 접목하는 '피지컬 AI' 전략이다. 파이브가이즈의 성공적 안착과 엑시트로 경영 능력을 입증한 그는 아워홈 인수를 통해 확보한 방대한 유통망에 첨단 기술을 입혀 미래형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을 매끄럽게 추진했다. 재계 전문가는 "형제간의 불필요한 경쟁 대신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한화의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점쳐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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