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아랍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적 개입을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오랜 라이벌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이란 정권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1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걸프만 동맹국들은 그가 이란을 폭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걸프 아랍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란에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긴장 고조의 여파가 자국에까지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카타르 등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중동 지역 패권을 두고 오랫동안 경쟁해온 관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 |
1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걸프만 동맹국들은 그가 이란을 폭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걸프 아랍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란에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긴장 고조의 여파가 자국에까지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카타르 등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중동 지역 패권을 두고 오랫동안 경쟁해온 관계다.
걸프 국가들이 이란을 옹호하고 나선 주된 이유는 미국이 이란 정권을 전복할 경우, 이들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걸프 국가들은 페르시아만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있는데, 만약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페르시아만에서 대양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석유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란은 지난해 6월에도 미국이 자국 핵시설을 폭격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로,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더구나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는 오랫동안 이란과의 교역에서 핵심 항구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거래하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이란 사태가 심화될 경우 교역 전반에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타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통상 장관은 “우리는 이란의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 이란은 특히 식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공·공급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의 공격에 이란이 반격에 나설 경우 발생할 정치적 파장 역시 걸프 국가들의 주요 우려 사항이다. 바레인 국제전략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하산 알하산은 “이란의 군사력이나 핵 능력이 국가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 소수 민족의 분리주의 반란, 대규모 난민 사태 등은 걸프 지역 안보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주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제 왕정 체제 아래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국민을 통제해온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자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이란의 정치적 불안이 자국 내 시위로 이어질 경우 과거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던 전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또 역내 불안정은 관광 산업 활성화와 석유 의존도 축소를 핵심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이 붕괴할 경우 중동 내 국가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걸프 국가들의 주요 우려 사항이라고 NYT는 전했다. 일부 걸프 국가 정부는 이란의 최대 적국인 이스라엘을 중동 패권을 노리는 호전적인 국가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란이 약화되거나 붕괴할 경우 이스라엘이 이를 계기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난해 이란을 기습 공격하고, 카타르에서 하마스 고위 간부 암살을 시도하는 등 대담한 행보를 이어왔다. 국제위기그룹(ICG)의 걸프 및 아라비아반도 프로젝트 책임자인 야스민 파루크는 걸프 국가들이 “이란 정권 교체가 지역에 초래할 혼란”과 함께 이스라엘이 “그 권력 공백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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