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조 근거로 AI칩 관세 첫 적용…전면 확대 가능성 시사
엔비디아 H200·AMD MI325X 대상…국내 소비 물량은 제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한국 기업 영향, 섣불리 말하긴 어려워”
엔비디아 H200·AMD MI325X 대상…국내 소비 물량은 제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한국 기업 영향, 섣불리 말하긴 어려워”
엔비디아 H200 칩 연출 사진. 미국 정부가 앤비디아의 H200 칩 중국 수출을 허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엔비디아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시작으로 반도체 수입 전반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하면서 한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출장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관련 포고문의 파급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귀국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칩 ‘H200’ 등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시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그동안 반도체 관세 도입을 미뤄왔던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으면서, 향후 반도체 분야 전반으로 관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를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 서명 뒤 “H200은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매우 좋은 칩이며, 중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과 향후 출시될 루빈을 언급하며 “그 두 개가 최상위이지만, H200도 충분히 강력한 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2월 22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파생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는 조건과 규모로 수입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과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번 25% 관세는 미국으로 반입된 뒤 다시 해외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한정된다. 미국 내 최종 소비되거나 국내 제조로 이어지는 물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기술 공급망 구축이나 반도체 파생 상품의 국내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는 경우에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관세 대상에는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 등이 포함됐다. 엔비디아의 AI 칩은 사실상 전량이 대만 TSMC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된 뒤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구조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수입 후 재수출’ 경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판매액의 25%를 미국이 받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상무부는 최근 관련 규칙 개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은 재수출 물량에 한정됐지만, 반도체 전반으로 정책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 서울 송파구 한국철강협회에서 열린 ‘글로벌 철강 보호무역조치 관련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
이 같은 조치가 발표되자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반도체와 핵심 광물 관련 포고문과 행정명령이 새롭게 나왔기 때문에 하루 정도 더 머물며 진상을 파악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며 “산업통상부 본부와 업계가 협업해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조치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 현지에서 추가로 확인하고 접촉해야 할 사안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체류 일정을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핵심 광물 수입이 미국 안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교역 대상국들과 협상을 개시하도록 지시하는 포고문에도 서명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특정 핵심 광물에 대해 최소 수입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상무장관과 USTR 대표는 포고문 발효 후 180일 이내에 최소 1회 이상 협상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연방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공립학교들이 전지방 우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이는 저지방 우유만 제공하도록 했던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의 지침을 폐기하는 조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