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70%' 수급 대상자 줄여 빈곤층 더 두텁게 보호해야
생명보험회사를 다니다 퇴직한 김모(65)씨는 최근 거주지 주민센터를 찾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을 했다. 국민연금 이외에는 소득 없이 쉬고 있기에 어쩌면 수급 자격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발동했다.
주민센터 담당 직원은 부부합산 소득이 얼마냐고 물었고 김씨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자 월급이 세금을 떼고 난 이후 1000만원쯤 된다고 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수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거 같다고 했다. 김씨는 더 이상 이것 저것 물어보지 않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민센터 담당 직원은 부부합산 소득이 얼마냐고 물었고 김씨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자 월급이 세금을 떼고 난 이후 1000만원쯤 된다고 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수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거 같다고 했다. 김씨는 더 이상 이것 저것 물어보지 않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초연금은 중산층도 받을 수 있는 준(準)보편적 연금으로 운영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세가 돼버렸다.
올해 만 65세가 되는 1961년생들 가운데 생활에 별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도 김씨처럼 주민센터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기초연금은 신청주의 제도여서 가만히 있으면 주지 않기 때문에 수급 대상이 되는 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초연금이 은퇴자들에게 하나의 권리처럼 인식되면서 "살만한 사람들도 받는데 왜 나는 안주는 것이냐. "고 항변하는 이들이 있다.
기초연금의 모태인 기초노령연금이 2008년 1월 도입될 당시만 해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 재정 부담 문제가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노령연금 도입 이듬해인 2009년 65세 이상 인구는 519만명에 불과했다. 전체 인구의 9.2%였다. 그러나 노인 인구는 2023년 이후 연 5%대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매년 50만~60만명씩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5년 주민등록인구 통계분석'에 따르면 2024년 12월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1084만 822명으로 전체 인구의 21%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노인 정책이 곧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이 됐다고 표현할 정도인 만큼 기초연금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수술대에 올려 정교하고 세밀하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
베이비 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대거 노인 인구로 편입되면서 국민연금을 받는 어르신도 급증했다. 조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비율은 기초노령연금 도입 직전 해인 2007년 19.8%에 그쳤으나 2024년에는 54.4%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로 2018년 43.4%에 비해 개선됐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전체 계층의 소득 빈곤율은 14.9%, OECD 회원국의 노인 빈곤율 평균은 14.8%이다.
노인 10명 가운데 4명은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빈곤층이다.
기초연금에 투입되는 재정 지출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 나고 있다.
올해 26조원대인 기초연금 투입액은 20여년 뒤인 2050년에는 6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만히 놔두면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월 468만 8000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수급 대상이 되는 지를 판단하는 소득 인정액을 계산할 때 기본공제액(2026년 116만원)을 뺀 뒤 나머지 금액의 30%를 추가 공제한다. 자산이 있을 땐 대도시는 1억 3500만원을 공제한다. 금융 재산도 2000만원을 공제해 준다.
이렇게 하다보니 맞벌이 부부 연봉이 9500만원이나 되더라도 기초연금을 받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중위소득이라고 하는데 중위소득의 50% 미만은 빈곤층, 50~150%는 중산층, 150% 이상은 상류층으로 본다.
기초연금 기준선은 중위소득 턱 밑까지 따라 왔다. 국민연금이 대중화되는 등 기초연금 도입 당시와 상황이 판이한 만큼 기초연금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할 필요성은 커졌다.
기초노령연금으로 출발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국민연금이 1988년 생겨났고 가입 10년 이상이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여서 194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을 수 밖에 없다.
OECD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 가운데 76세 이상 고령층의 빈곤율은 52.0%나 된다. 출생 세대 간 노인 빈곤율 차이가 크다.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다 주는 날이 올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 기초연금 지급액은 월 최대 34만 9700원이다. 노인부부는 55만 9520원으로 물가상승률 2.1%가 반영된 액수다. 최고액을 받는 노인들은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산업화 세대일 것이다 .
우리나라는 기여형 연금인 국민연금 액수에 따라 기초연금을 깎는 국민연금 연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 영국도 비슷한 구조이긴 하나 연계 강도는 우리나라보다 약하다. 네덜란드나 뉴질랜드는 직장연금 등과 감액 연계가 없다.
평생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낸 노인들이 기초연금에서 감액되거나 아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연금 개혁은 과거 정부에서 늘 강조해 왔지만 흐지부지됐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초연금의 수급 대상을 줄이되 금액은 올리는 쪽으로 제도를 바꾸면 노인 빈곤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도 있다.
소득 하위 20~30% 노인들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 등이 제시된다.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해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정년 연장과 연계해 65세에서 점진적으로 높여나간다면 재정 부담을 줄이고 노인 고용 활성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내는 전문가도 있다.
기초연금은 2020년까지는 소득 하위 40%까지 지급 대상이었지만 2021년부터 70%로 확대된 이후 선별도 아니고 보편도 아닌 어정쩡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779만명선이다. 내년에는 8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기초연금 이슈는 당분간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골치 아프다고 손을 놔선 안 된다.
소득 하위 70% 수급률 목표 대신 수급 대상을 줄여 어려운 노인들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들은 이미 많이 제시됐다. 현행 유지 의견도 있다. 선심성이 아닌 냉철한 판단을 통해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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