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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동권 볼모 서울 시내버스 파업, 시민들은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김화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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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동권 볼모 서울 시내버스 파업, 시민들은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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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파업 이틀째인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류영주 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이틀째인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류영주 기자



13일 시작된 서울 시내버스 파업 사태가 이틀 만에 마무리돼 15일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난 2024년 3월, 파업으로 멈춰 섰던 서울 시내버스는 1년 10개월 만에 다시 운행이 중단돼 출근길 시민들은 강추위 속에 지하철과 택시로 내몰렸다.

특히 서울 시내버스가 이틀이나 멈춰 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울 시내버스가 멈춰 설 때마다 시민들은 묻는다.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쏟아붓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이동권을 볼모로 잡혀야 하는가?"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운영의 안정성을 내세워 2004년 도입된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올해로 23년째를 맞았지만,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에다 세금 먹는 하마가 되면서 준공영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 이틀째인 지난 14일 서울 한 버스공영차고지에 서울 시내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류영주 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이틀째인 지난 14일 서울 한 버스공영차고지에 서울 시내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류영주 기자



첫 번째는 손실은 공공화, 이익은 사유화라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준공영제는 사후 정산 방식이다. 버스 업체가 방만한 경영을 하든, 승객이 줄어 적자가 나든 서울시가 이를 100% 보전해 주기 때문에 버스 업체는 비용 절감에 나설 유인이 없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2538억 원이었던 재정 지원금은 지난 2023년에는 약 8915억 원으로 3.51배나 급격히 증가했다.

오히려 세금으로 보전받는 안정적인 운영 상황을 노리고 사모펀드들이 버스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들 업체는 인건비는 쥐어짜고 정작 발생한 이익으로는 배당 잔치를 벌인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두 번째로 비교적 안정적인 임금과 처우에도 시민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에 나서는 노조의 태도다.

서울의 시내버스 기사 처우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근무 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처우가 좋다 보니 서울 시내버스 기사 채용에는 많은 인력이 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처우와 타 업종 노동자들보다 높은 고용의 안정성을 누리고 있지만 노조는 지난 2024년에 이어 시민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했다.


한산한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모습. 황진환 기자

한산한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모습. 황진환 기자



세 번째는 자율주행 시대, 이러한 노조의 잦은 파업이 자칫 제 살 깎기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는 이미 도로 위에 있다. 서울시는 현재 심야·새벽 자율주행 버스를 정규 노선에 투입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운전직이라는 노동 형태의 소멸을 예고하고 있다.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대비해 직무 전환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노조가 구시대적인 파업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자율주행 도입의 명분만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미래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네 번째는 결국 이러한 준공영제의 부작용은 시민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모든 비효율의 대가는 시민의 몫이다. 적자가 쌓이면 서울시는 버스 요금을 올린다. 서울시는 지난 2023년 버스 요금을 300원 인상했다. 물가 상승에 신음하는 서민들에게 대중 교통비 인상은 생존권의 위협으로 여겨질 수 있다.

공공성을 명분으로 세금을 투입하고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서민들이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시민의 이동권을 박탈하는 현재의 준공영제에 대해 시민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서울시가 20년이 넘은 준공영제에 대해 땜질식 처방을 넘어 근본적인 구조개선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는 버스 업체에 대한 강도 높은 경영 진단과 퇴출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준공영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입된 세금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노사 양측이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 있는지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사모펀드의 먹튀를 막는 규제를 법제화하고,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선제적인 고용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내버스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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