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19>
경제난에 뿔난 시민들···'하메네이 타도' 저항
조준사격에 사상자 수만···"폭도들" 유혈 진압
트럼프, 무력 개입 엄포에···"배후 의심" 반대
중동 미군 힘 약해···中 겨냥 '2차 관세' 부과
유가는 상승 곡선···美기업들 현지 진출 '눈독'
경제난에 뿔난 시민들···'하메네이 타도' 저항
조준사격에 사상자 수만···"폭도들" 유혈 진압
트럼프, 무력 개입 엄포에···"배후 의심" 반대
중동 미군 힘 약해···中 겨냥 '2차 관세' 부과
유가는 상승 곡선···美기업들 현지 진출 '눈독'
이란에서 경제난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수천~수만 명이 발생하는 등 유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신정 독재 정권이 47년 만에 흔들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경제적 수단을 우선 동원하면서 사태가 크게 확산할 경우 군사 행동 카드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부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로 상승하기 시작한 국제 유가도 이란 사태까지 겹친 탓에 어느덧 배럴당 60달러 위에서 요동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다만 인근 미 해군 항공모함 부재, 표적 공습의 어려움 등을 들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작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갑자기 “처형 계획은 없다고 들었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에 선을 긋고 나섰다. 새해 들어 각종 지정학적 위험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란 사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 치적을 쌓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돈이 아까우니 다른 나라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난에 뛰쳐나온 이란 시민들…‘하메네이 타도’ 외치며 목숨 걸고 저항
14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3주째 규모를 키우며 이어지고 있다. 이 시위는 이란의 리알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으로 상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대학생과 노동자들까지 합류하면서 이란 전역으로 시위가 확산했다. 11일 AFP통신은 이번 시위가 2022∼2023년 이어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의 시위대는 특히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진에 불을 붙이고 이를 이용해 담배를 피우거나, 바닥에 떨어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진에 손가락 욕을 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는 모두 이란 정부가 금지하는 행위다.
애초 아랍어권이 아닌 이란은 1978년까지 친(親)서방 ‘팔레비 왕조’의 통치 아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란은 이슬람 국가 가운데서도 비교적 자유롭고 풍요로운 국가로 분류됐다. 그러다가 1979년 2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최고지도자가 이끈 ‘이슬람 혁명’으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신정 일치 국가’가 됐다. 국가 통치 원리는 이슬람 율법이 됐고, 대통령이나 국회는 최고지도자보다 격이 낮은 존재가 됐다. 최고지도자가 신의 대리인으로서 군 통수권, 사법권 등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전임인 호메이니 최고지도자가 1989년 6월 사망한 뒤 추대됐다. 정보기관과 혁명수비대(IRGC)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면서 벌써 37년째 장기 집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의심 속에 2006년부터 UN을 통한 서방 세계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게 됐고 민생은 파탄 지경으로 몰렸다. 대(對)이란 제재는 이후 계속 강화돼 금융·에너지·운송 분야까지 확대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산 원유 수입도 금지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이스라엘과 공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핵 시설이 파괴되기도 했다.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야권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2022년 9월에는 이른바 ‘히잡 반대’ 시위가 광범위하게 일었다. 당시 22세였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사흘 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숨졌다. 아미니의 가족들은 경찰의 폭행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당국은 기저질환에 따른 심장마비가 사인이라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이란 여성들은 항의 차원에서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어 던지거나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동을 했고, 신정 체제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며 시위는 들불처럼 번졌다. 이에 이란 정부는 강경 진압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고 2만 명 이상을 체포했다. 시위에 참여한 일부 청년들은 ‘신에 맞선 죄’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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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머리·특정부위 조준 사격에 사상자 수천~수만 명···“미국 대통령 기쁘게 하려는 폭도들”
이란 정부의 대응 방법은 이번 시위에서도 같았다.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확산하자 이란 당국은 국제 전화와 인터넷을 차단하고 유혈 진압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0일 이란 국영 IRIB방송 연설에서 “일부 폭도들이 거리를 망치며 다른 나라 대통령을 기쁘게 하고 있다”며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이란 검찰총장도 11일 국영 TV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 참여는 사형에 해당하는 혐의”라고 위협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안보 수호는 레드라인”이라며 강경 진압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24년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11일 국영 방송에서 “폭동 가담자, 테러리스트와 거리를 두라”며 강도 높은 시위 진압을 예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같은 날 본회의에서 “자신을 공공연히 '외국 용병'이라고 칭하며 미국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 조국을 배신했다”며 “이란 국민은 무장 테러리스트에 단호히 맞서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당국의 인터넷 차단을 거론하며 “학살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은 최악의 유혈 사태를 빚고 있다. 전 세계 인권 단체와 언론들은 이란 정부가 통신을 차단한 바람에 정확한 피해 규모 집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13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날까지 약 200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1847명은 시위 참가자, 135명은 군과 경찰관 등 정부 측이었다. 이 단체는 어린이 9명, 시위대와 무관한 시민 9명 등도 사망했고 체포된 인원만 총 1만 6700명을 넘는다고 언급했다. 노르웨이 기반 단체인 이란인권(IHR)은 시위대 734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IHR이 입수한 미확인 정보에 따르면 실제 사망자는 6000명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IHR은 중부 이스파한 지역의 법의학시설에 등록된 시위 관련 사망자만 1600명에 달한다며 “숨진 이들의 상당수가 30대 미만”이라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8∼9일 이틀에 걸쳐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돼 최소 1만 2000명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사망 사례 대부분이 이란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그에 연계된 준군사조직 바시즈민병대 소속 대원들의 총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대통령실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발포 명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직접적인 지시와 3부 요인의 승인 아래 하달됐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도 시위 현장이 전쟁터와 다름없다고 보도했다. 이들 외신에 따르면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만 눈과 머리에 집중된 총상 부상자가 400건 이상 보고됐다. 시위대가 앞을 보지 못하도록 진압군이 머리와 눈을 겨냥해 총을 쏘고 있다는 보도였다. 보도에 따르면 거리에는 시신이 연일 널브러져 있다. 미국 기반 압도라만 보루만드 인권 센터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의 특정 부위와 장기를 겨냥한 사격도 자행되고 있다. 골반에 총을 맞아 위독 상태에 빠진 소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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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력 개입 가능성 열기 시작···“시위 배후에 미국 있다 의심할 수도” 부통령 등은 반대
이란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무력 개입 가능성을 열어 놓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란 정부가 과거처럼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개입할 것”이라면서 “아픈 곳을 매우 세게 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선택지에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단행할 다수의 새로운 군사 타격 선택지를 최근 며칠 동안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고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는 데 능숙하다”며 “공습 역시 군 최고 통수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이고, 외교는 항상 첫 번째 선택지”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군사적 선택지를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며 “이란은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빗 대변인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 인터넷 사용과 관련해 인공위성망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통화했다고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공개적으로 하는 말과 트럼프 행정부에 사적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꽤 다르다’고 11일 밤 취재진에게 말했다”며 “대통령은 그 메시지들을 검토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이란 지도자들이 10일 전화했다”며 “그들은 협상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이란의 핵 협상 재개 제안에 응할지 검토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행동을 승인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선택지에는 이란 정권의 핵심 시설에 대한 군사 타격, 사이버 공격, 신규 제재 승인, 반정부 성향 온라인 계정 확대 지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들은 JD 밴스 부통령 등 일부 고위 참모들은 이란과 외교를 먼저 시도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군사 공격이 자칫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는 이란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같은 날 아랍권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핵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는 미국이 공정하고 정당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이 준비가 된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훈련받은 테러리스트들이 시위대 속에 침투해 보안군과 시위대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수도 테헤란에 주재하는 외교관들과 만나서도 “시위가 폭력적 유혈사태로 변질된 것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구실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이날 자국에 주재하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국가 대사들을 초치해 시위대를 지지한 것에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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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겨냥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 관세”···중동 미 군사력 약해 무력 개입 쉽지 않아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 전 이란 왕세자는 12일 CBS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13일 “시위 현장에서 팔레비의 이름을 외치는 것에 트럼프 행정부가 놀라고 있다”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그전에 팔레비 전 왕세자와 비밀리에 만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물밑 접촉 후 먼저 꺼낸 카드는 경제 제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즉시 효력을 발동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2차 관세’는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겨냥한 조치이기도 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산 석유를 모두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이에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SNS에서 “중국은 어떠한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와 확대 관할권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세 전쟁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이란의 애국자들이여, 계속 시위하라”며 “여러분의 (정부)기관들을 점령하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란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무분별한 살해를 멈출 때까지 이란 당국자들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고 강조했다. 11일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에게 전한 “이란 정부가 미국에 핵 협상을 제안했고 회담은 준비되고 있다”는 말을 뒤집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CBS 인터뷰에서도 이란 당국이 시위 참가자를 교수형에 처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들이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4일 로이터통신은 미군의 중동 최대 기지인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이날 저녁까지 일부 인력이 철수해야 한다는 권고가 전달됐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대피가 아닌 태세 변경 권고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24시간 안에 미군이 군사 행동을 벌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갈등이 일촉즉발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막상 이란 정권을 전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로이터통신은 이란은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 등 100만 명에 달하는 무장 세력이 정권을 겹겹이 보위하고 있어 신정 체제가 쉽게 붕괴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외부 군사 개입이 외려 이란을 민족·종파별로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역 당국자 말도 전했다.
영국 BBC도 이란 이슬람 정권이 거대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당장 몰락할 단계는 아니라고 짚었다. 가디언은 같은 날 마두로 대통령 축출과 달리 미국의 군사력 동원을 통한 이란 정권 전복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재 중동 지역에 미 해군 항공모함이 단 한 척도 없는 등 군사력 부재가 문제라고 꼽았다. 항공모함 가운데 ‘제럴드 R 포드’는 지난해 여름 카리브해로 이동했고, ‘니미츠’는 같은 해 가을 미국 서부 해안으로 복귀했다. 한국에서 중동으로 보냈던 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지난해 11월 한반도로 돌아왔다. 카타르, 바레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국이 이란의 보복을 감수하고 미군에 기지를 내주는 방법밖에 없는 상태다. 이란은 산악 지대에 약 2000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공격 방법도 도전 과제다. 자칫 잘못했다가 민간인인 시위대까지 폭격 대상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섣부른 군사 개입이 이란 내 반미 감정을 건드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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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이어 이란산 원유 불안에 국제 유가는 급등···美업체들 진출 ‘눈독’
이란 내 시위 불안이 고조되자 지난달 한때 50달러대 중반까지 내려갔던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며 다시 60달러 선을 넘어섰다. 8일 하루에만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16% 급등해 배럴당 57.76달러까지 올라갔다. WTI는 9일과 12일, 13일에도 각각 2.35%, 0.64%, 2.77% 상승해 배럴당 61.15달러가 됐다. WTI는 14일에도 미 공군의 카타르 기지 철수 소식에 장중 2%가 더 올랐다.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확 내려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서명식 행사에서 “살해가 중단됐다고 방금 들었다”며 “상당히 강력하게 통보받았고 그 의미가 뭔지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할 만한 소식통을 통해 들었다며 “오늘이 처형일이었는데 처형 계획도, 여러 건의 처형도 없다”고 단언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에 돌연 거리를 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살해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누가 말해줬느냐’고 묻자 “다른 편의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라며 “그것이 사실이길 바란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선택지가 배제되는 것이냐’는 후속 질문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지만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아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소식을 받았다”고만 밝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석유 업계 이익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소머스 회장은 이날 “이란 정권이 붕괴한다면 석유 업계는 이란에서 안정화 세력으로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권이 무너지면 현지 석유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이었다. 앞서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에는 과거 자산 몰수 경험을 토대로 난색을 표했던 미국 업계가 이란에는 노골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셈이다. 이란은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도 국영산업인 석유를 통해 정부 재정수입의 30~50%를 충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이란에 대해 외교·경제적 접근을 우선할 뜻을 밝히면서 한동안은 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여기에는 이란 석유와 같은 이익 관련 협상이 추가될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가 있는 올 들어 대외 개입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만큼 이란 사태에 대한 입장도 언제, 어떻게 뒤바뀔지는 모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직전까지도 해상 봉쇄 등 경제 제재만 가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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