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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75개국 이민비자 전면 중단… 합법 이민까지 봉쇄한 '이민 빗장'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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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75개국 이민비자 전면 중단… 합법 이민까지 봉쇄한 '이민 빗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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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러시아·이란·소말리아 등 대상
"공적 부담 차단" 명분에 무기한 조치
모든 이민 비자에 영어 능력·복지 이력까지 심사
전문가 "연 31만명 이민 입국 차단"
학생·전문가 등 10만여명 비자 취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기자단 앞에서 말하고 있다./AFP·연합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기자단 앞에서 말하고 있다./AF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21일(현지시간)부터 소말리아·이란·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75개국 국민에 대한 이민 비자 발급 업무를 전면 중단한다.

관광·유학·출장 등 비이민 비자는 유지되지만, 결혼·가족 초청·취업 후원 등을 통한 영주 목적 이민은 사실상 전면 차단된다.

이는 단순히 불법 입국을 차단하는 차원을 넘어,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이들까지 원천 봉쇄하겠다는 이민 봉쇄 정책의 정점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되어 온 '미국 우선주의'가 이민 정책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구체화된 것이다.

아울러 미국 국무부는 이날 범죄 활동 혐의가 있는 학생·전문가 등 10만명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범죄 활동으로 미국 법 집행 기관과 접촉한 개인들을 대상으로 약 8000건의 학생 비자와 2500건의 전문 비자를 포함해 총 10만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며 함께 게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국무부 엑스 캡처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범죄 활동으로 미국 법 집행 기관과 접촉한 개인들을 대상으로 약 8000건의 학생 비자와 2500건의 전문 비자를 포함해 총 10만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며 함께 게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국무부 엑스 캡처



◇ 미 국무부 "미국 복지 혜택 노린 이민, 더는 없다"...75개국 이민 비자 발급 업무 중단

국무부는 14일 공식 성명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미국 국민의 복지 혜택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받아 가는 이민자들이 속한 75개국에 대해 이민 비자 발급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중단 조치는 신규 이민자들이 미국 국민의 부(富)를 빼내 가지 않도록 확실히 할 수 있을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75개국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 입국 후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 시스템에 의존하는 '공적 부담(public charge)'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토미 피곳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민으로부터 부를 착취하려는 이들에 의한 미국 이민 시스템의 남용을 끝내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별도의 엑스 게시물을 통해 "당신이 미국인들을 착취하기 위해 미국에 온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을 감옥으로 보내고 당신의 출신지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



◇ 국무부, 모든 이민 비자에 '영어·건강·재정' 현미경 검증

아울러 국무부는 이번 중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 출신 신청자에 '공적 부담' 심사를 최대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하달된 행정명령에 따라 일선 영사들에게 비자 신청자에 대한 고강도 검증을 지시한 바 있다.


AP통신은 "새로운 지침에 따라 영사관 직원들은 비자 신청자의 나이·건강·가족 상태·재정 능력·교육 수준·기술뿐만 아니라 '영어 구사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완화됐던 '공적 부담'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더 엄격한 기준으로 대체하고, 의료 혜택이나 식료품 지원 등 비현금성 복지 혜택 이용 가능성만 있어도 비자를 거절할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14일 공식 성명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미국 국민의 복지 혜택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받아 가는 이민자들이 속한 75개국에 대해 이민 비자 발급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국무부 엑스 캡처

미국 국무부는 14일 공식 성명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미국 국민의 복지 혜택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받아 가는 이민자들이 속한 75개국에 대해 이민 비자 발급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국무부 엑스 캡처



◇ 타깃 '영주 희망자'… 관광·유학은 제외되나 안심 못 해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된 75개국은 아시아·아프리카·중동·라틴아메리카·동유럽 등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국무부 전문(cable)을 통해 확인된 주요 국가들은 다음과 같다.

아프가니스탄·이란·이라크·예멘·시리아·태국·몽골·방글라데시·파키스탄·레바논·요르단 등 아시아·중동 국가, 브라질·콜롬비아·쿠바·아이티·니카라과·자메이카 등 중남미 국가,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조지아·아르메니아 등 유럽 국가, 소말리아·나이지리아·이집트·에티오피아·수단·남수단·콩고공화국·케냐·에리트레아 등 아프리카 국가 등이다.

한국은 이번 이민 비자 발급 중단 대상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P는 "2026년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 등 대형 국제 행사를 앞두고 방문객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광 비자까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비이민 비자 수요는 향후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국무부는 또 다른 엑스 게시물을 통해 "현재 범죄 활동으로 미국 법 집행 기관과 접촉한 개인들을 대상으로 약 8000건의 학생 비자와 2500건의 전문 비자를 포함해 총 10만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 WP "미네소타 사기 사건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가 배경"

이번 75개국 선정 배경, 특히 소말리아가 포함된 것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 횡령 사건이 이번 결정의 트리거가 됐다는 것이다.

WP는 "미네소타 연방 검찰에 따르면, 보조금 사기 사건 피고인 92명 중 82명이 소말리아계 미국인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근거로 소말리아 이민자들을 강도 높게 비난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내각회의에서 소말리아 이민자들을 미국에 들이고 싶지 않다며 그들을 '쓰레기'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또한 이란이 포함된 것은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 내부의 정치적 불안 상황과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전문가 "합법 이민의 절반이 증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 금지 정책이 '저소득 국가 출신 합법 이민자'로까지 확대된 사례로 평가했다. WSJ는 이번 조치가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시작된 초기 여행 금지 정책이 이제는 '제3세계 국가 이민 차단'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국경 비상사태 선포, 난민 수용 중단, 임시보호신분(TPS) 종료 등과 맞물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방위적 이민 봉쇄 전략의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단기적으로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노동력 부족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이민 정책 전문가 데이비드 비어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조치는 미국으로 오는 모든 합법적 이민자의 거의 절반을 금지하게 돼 향후 1년 동안에만 약 31만5000명의 합법적 이민자를 돌려보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어 연구원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합법 이민에 적대적인 의제를 가지고 있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이민자 권리 클리닉의 엘로라 무커지 소장은 WP에 "이번 새 발표는 전 세계의 매우 상당한 부분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이민 금지 조치"라며 "공적 혜택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유색인종이 대다수인 국가들로부터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올 수 있는 거의 모든 합법적 경로를 파괴하려는 행정부의 의도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정책연구소(MPI)의 줄리아 겔랫 부소장은 이번 조치가 가져올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우려했다.

그녀는 "많은 이민 가정이 향후 이민 자격을 잃을까 두려워, 가구 구성원이 자격이 있는 공적 혜택조차 이용하기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며 필요한 지원을 포기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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