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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공정한 자본 조달…아프리카 에너지의 미래와 한국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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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공정한 자본 조달…아프리카 에너지의 미래와 한국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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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 회장 겸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 회장 겸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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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2025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 하나를 드러냈다. 아프리카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자본 조달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프리카의 투자 성과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오늘날의 아프리카와 같은 경제 구조에 맞게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픽]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 주요 내용(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날인 2025년 11월 22일(현지시간)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이 채택됐다. 회의 마지막 날인 둘째 날 폐막에 앞서 채택하던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결정으로 보인다. yoon2@yna.co.kr

[그래픽]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날인 2025년 11월 22일(현지시간)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이 채택됐다. 회의 마지막 날인 둘째 날 폐막에 앞서 채택하던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결정으로 보인다. yoon2@yna.co.kr



남아공이 제기한 주장의 핵심은 간단하고 실제 경험에 기반해 있다.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실패들은 기회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원인은 낮은 자본 접근성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카 내 프로젝트들의 리스크에 대한 과장된 인식을 조장하고 그러한 투자 기회들의 실질적 가치는 평가절하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에서 아프리카보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지역은 없다. 이곳처럼 젊은 인구를 가진 곳도, 더 풍부한 잉여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가진 경제권도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여전히 글로벌 시스템에서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자본을 조달한다. 자본의 가격은 성과가 아닌 지리적 위치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2025 한-아프리카 통상산업협력포럼에 참여한 필자[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 한-아프리카 통상산업협력포럼에 참여한 필자
[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프라 금융 격차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아프리카의 인프라 금융 격차를 연간 1천억달러(약 143조4천억원)에서 1천700억달러(약 243조8천억원) 사이로 추산한다. 이는 매년 대륙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12%에 달하는 금액이 건설되지 못한 도로, 연결되지 않은 전력망,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한 상수도 시스템 등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핍은 송전, 물 안보, 항만, 철도망, 디지털 인프라, 주택 및 위생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러한 기반 시설이 없으면 산업화는 단순히 지연되는 것을 넘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한국은 1970∼80년대 원활한 자본 접근성을 바탕으로 산업적 변혁을 이뤄냈다. 한국은 현재 전체 해외직접투자(FDI)의 1% 남짓만을 아프리카로 보내고 있다. 에너지 시스템, 제조 기술, 스마트 인프라(지능형 기반시설)라는 한국의 산업적 강점과 아프리카의 인프라 수요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지만 말이다.

세계는 여전히 아프리카 인프라 문제를 자본 접근성의 문제가 아닌, 단지 거버넌스의 문제로만 치부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프론티어 마켓(개척 시장) 수준의 고금리로 월드클래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설계된 배제


아프리카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 내의 '설계된 배제'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관 자본은 '투자 적격 등급'이라는 투박한 필터링 도구를 통해 운용된다. 국가 신용등급이 임의적인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프로젝트의 품질이나 수익 구조, 대중의 수요와 관계없이 자본 조달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지난달 압사(ABSA) 은행 기업·투자은행 팀이 서울에서 한국의 펀드 및 기관투자자들을 만났다. 필자도 이 자리에 함께 참여하면서 이러한 배제를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한국의 펀드 매니저들은 아프리카 인프라 프로젝트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수익률은 매력적이었고, 프로젝트 구조는 탄탄했으며, 수요 또한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내부 투자 지침은 투자 적격 등급 미만의 증권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었다. 결국 대화는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프로젝트가 실사를 통과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국가 신용등급에 의한 자동 배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터링은 아프리카 대륙의 거의 모든 프로젝트를 출발선에서부터 탈락시킨다. 현재 투자 적격 등급을 보유한 아프리카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


하다. 그 결과 태양광 발전소가 평가되기도 전에, 항만의 가치가 산정되기도 전에, 송전선로 프로젝트의 위험 가중치가 계산되기도 전에 자본 투자가 이미 거부된다. 성과가 아닌 등급 분류 때문에 해당 경제권 전체가 배제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리스크 담론이 실제 투자 성과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AfDB의 장기 인프라 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인프라 프로젝트 부도율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다. 이는 라틴 아메리카, 동유럽, 아시아보다 낮다. 심지어 미국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런데도 아프리카 인프라 프로젝트는 지구상 그 어느 지역보다 더 비싼 자본 비용을 지불한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될 프로젝트가 스페인 마드리드의 동일한 프로젝트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아공의 풍력 발전 단지는 덴마크보다 더 비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실패 확률이 높아서가 아니다. 단지 '잘못된' 지리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G20에서 남아공이 던진 메시지는 이념적인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경험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었다. 아프리카는 과도한 페널티를 받고 있고 자본 접근성이 낮을 뿐, 투자 성과가 나쁜 것이 아니다.

◇기후 금융의 역설

이러한 불균형은 기후 변화 문제로 넘어가면 더욱 극명해진다.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전 세계 탄소 배출 비중은 3.5% 미만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환경 오염을 적게 시킨 지역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저비용 자본의 혜택도 없이 가장 높은 탈탄소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선진국은 저렴한 석탄과 석유, 그리고 부채를 이용해 산업화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제 아프리카는 비싼 자본과 높은 이자율, 짧은 만기를 감수하면서 곧바로 재생에너지 인프라로 도약할 것을 종용받고 있다. 그 결과는 잔인한 역설이다. 아프리카는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비싼 값을 치르면서 글로벌 환경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받는 셈이다.

이는 녹색 전환이 아니다. 도덕적 서사로 위장한 비용 전가일 뿐이다. 남아공은 G20에서 이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기후 책임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재정립한 것이다. 서류상으로만 친환경적이고 현장에서는 실패하는 에너지 전환은 공정한 전환이 아니다. 아프리카는 지속가능성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지속가능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제대로 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기후 모델은 기후 정책이 아니라 '기후 외주화'다.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방의 빈자리를 채운 중국

이 금융 공백은 비어 있는 채로 남지 않았다. 서구 자본이 발길을 돌리자,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아프리카의 양자 간 자본 조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국이 되었다. 아프리카 정부들이 중국의 자본 제공 조건을 선호해서가 아니다. 중국만이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저소득 국가들을 중국 채권자들에게로 내몬 것은 적절한 자금을 제공하지 못한 다른 대출 기관들의 실패였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인프라를 구축할 자금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국제 자본 시장에 접근할 수 없었다. 국가 대출 기관들은 대거 철수했다. 2017년 기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공공 부채에서 파리 클럽(Paris Club)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다. 다른 이들이 거부한 곳에 중국 대출 기관들이 발을 들였다.

그 결과 인프라는 구축됐다. 항구가 건설됐다. 철도를 들여오고 철로가 놓였다. 발전소가 가동됐다. 수십 년간 자금을 받지 못했을 프로젝트들이 몇 년 만에 완성됐다. 그러나 그 비용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중국 정책 은행들은 다자개발은행보다 더 가혹한 차입 조건을 내세운다. 높은 이자율, 짧은 만기, 그리고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된 국유 자산에 대한 권리를 중국 채권자에게 부여하는 담보 요건 등이 그것이다. 중국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양자 간 대출은 담보를 요구한다. 국가가 부채 탕감을 신청할 경우 중국 채권자는 해당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2020년까지 중국은 아프리카 공식 양자 간 부채의 62%를 보유했다. G20의 팬데믹 유예 조치에 따라 부채 상환금의 약 70%가 중국 기관에 지불해야 할 몫이었다.

이제 부채 부담은 아프리카 대륙 전역의 거시경제적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앙골라는 2020년 중국 채권자들과 62억달러(약 8조9천억원) 규모의 부채 탕감을 협상했다. 잠비아는 GDP의 절반에 달하는 외채 디폴트 위기에 처한 이후 일시적인 상환 유예를 확보했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부채 상환 의무 때문에 정부가 채권자에게 돈을 갚는 것과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대출 기관들은 모호한 중간 지대를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국영이지만 법적으로는 별도의 상업 활동 주체로 체계가 잡혀있다. 이를 통해 그들은 다자간 부채 구조조정 프레임워크 밖에서 활동한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채권국이 행사할 수 없는 담보권을 유지한다.

대출 재협상은 확립된 국제 메커니즘을 통해서가 아니라 밀실에서 이뤄진다. 프로젝트 계약은 전형적으로 중국 건설사·중국인 노동력·중국산 자재 사용을 요구한다. 이는 인프라 투자가 현지 경제에 창출할 승수 효과를 제한한다.

'부채 함정'이라는 서사는 종종 수십년간의 방관을 감추려는 서구 논평가들에 의해 무기화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는 실제적이다. 국가는 미래의 수익뿐만 아니라 정책적 독립성까지 저당 잡힌다. 국유 자산에 대한 담보권과 국내 지출을 옥죄는 상환 조건이 붙은 자본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가 중국 자금을 선택한 것은 최선이라서가 아니다.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은 거의 없었다.

2025 한-아프리카 통상산업협력포럼[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 한-아프리카 통상산업협력포럼
[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의 차별화된 기회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기회는 뚜렷해진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중국 자본이 제공할 수 없는 것을 제안함으로써 경쟁할 수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한 역사가 없다. 또 국유 자산을 담보로 삼는 불투명한 금융 기관을 통하지도 않는다. 물론 한국은 배터리용 코발트, 에너지 저장용 리튬, 반도체용 희토류 등 아프리카의 핵심 광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 모델은 단순한 '채굴 후 수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요구한다.

한국 기업은 일회성 자원 거래가 아닌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다. 가공 능력, 제조 파트너십, 그리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요구 사항은 단순한 채굴 모델로는 맞출 수 없는 아프리카의 산업화 목표와 일치한다.

이것은 단지 이론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운영에서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 베트남에 있는 삼성의 생산 시설은 기술 이전과 현지 공급업체 개발을 통해 베트남 전자 산업을 탈바꿈시켰다. 중동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들은 단순히 인프라만 지은 것이 아니라 현지 엔지니어를 양성했다. 한국의 개발은행들은 지정학적 위치가 아닌 상업적 타당성에 기반해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다.

중국 자금은 대체로 중국 시공사, 중국 인력, 중국 자재 사용을 요구한다. 이는 현지 고용과 기술 이전을 제한하게 된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현지 파트너십을 개발할 경쟁적 유인이 있다. 수출 주도형인 한국의 모델은 구매력을 높여가는, 안정적이고 꾸준한 고객을 필요로 한다. 아프리카의 산업 역량을 구축하는 것은 한국의 상품·기술·서비스를 위한 미래 시장을 창출하는 일이다.

이것은 구조적인 경쟁 우위다. 한국 기업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단순히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5 한-아프리카 통상산업협력포럼[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 한-아프리카 통상산업협력포럼
[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은 어떻게 경쟁할 수 있는가

수십년간의 외교적 관여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가 받는 한국의 해외 투자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1%라는 수치는 충격적이다. 비난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놓쳐버린 기회로서 말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따금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묻는다. 정답은 명확하다. 중국의 방식대로 경쟁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중국의 정책 은행 대출 규모나 국가 주도의 자본 투입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지금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자본이 아니라, '더 잘 구조화된' 자본이다. 현지 역량을 수입하는 대신 구축해 주는 금융, 단순히 부채만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이전하는 파트너십, 지정학적 레버리지가 아닌 상업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구조화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경쟁 우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에는 정확히 한국이 가진 산업적 강점들이 필요하다. 단, 중국 자본에 달린 것과 같은 '짐'은 없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아프리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 배터리 저장 시스템, 항만 물류 자동화, 의료 기기 제조, 통신 인프라, 모듈러 건축 시스템 분야에서 탁월하다. 인력과 자재를 수입해 오는 중국 국영 기업들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현지 파트너십과 기술 이전이라는 입증된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체계적 연결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다.

▲ 에티오피아의 부상하는 리튬 부문과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매장량은 한국의 배터리 제조 전문성과 연결된다.

▲ 동아프리카의 항만 현대화 수요는 한국의 조선 및 물류 기술과 맞아떨어진다.

▲ 범아프리카 통신망 확장은 한국의 5G 인프라 및 디지털 플랫폼 경험과 직결된다.

▲ 팬데믹 대비를 위한 의료 제조업은 한국의 제약 및 기기 생산 역량과 맞닿아 있다.

한국이 자본 제약 속에서 변혁, 수출 주도 산업화, 기술 흡수 등을 통해 스스로 발전한 경험은 현재 많은 아프리카 경제가 시도하고 있는 경로를 그대로 비춰준다. 한국은 특권을 누리지 않고 개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 중국은 결코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이제 질문은 한국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한국이 아프리카를 평가하는 방식을 재고할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서구의 문지기들과 중국의 채권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차별화할 것인지가 문제다.

◇남아공이 요청한 것

남아공은 G20에서 자선을 구걸하지 않았다. 개혁을 요구했다. 프로젝트의 국적이 아닌 경제성을 보고 리스크를 계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환율 페널티를 줄이기 위해 통화 구조를 현대화해 달라고 했다. 양허성 자금을 단순 사회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수도 시스템으로 확대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프리카가 글로벌 금융 규칙을 일방적으로 적용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규칙이 만들어지는 회의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아공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남아공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은 개발을 이해한다.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제약 속에서 변혁을 이해하고, 자본의 희소성을 이해한다. 그리고 특권이나 풍부한 자원 없이 제조업 강국을 건설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한다. 이것이 바로, 이 논의에서 한국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이 아프리카를 구해야 해서가 아니라, 아프리카를 자금난에 시달리게 하는 시스템을 재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 세대 만에 자신의 산업적 운명을 다시 써 내려갔다. 이제는 아프리카가 자신의 운명을 쓸 수 있도록 공정한 금융 구조에 기여할 기회가 왔다. 공정한 금융은 정치적 운동이 아니다. 자본이, 낡은 라벨 대신 현실을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다.

아프리카가 자본 부족 상태로 남는다면 글로벌 공급망은 약화할 것이다. 아프리카가 기후 금융에서 소외된다면 글로벌 배출량 목표는 실패할 것이다. 아프리카가 적정한 비용으로 산업화할 수 없다면 불평등은 영구화될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우려하는 이민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남아공은 G20 플랫폼을 통해 아프리카가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사실을 분명히 했다. 기다리는 비용이 투자하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택

이제 한국 앞에는 선택지가 놓여 있다. 아프리카를 원조 대상으로 대할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 파트너로 대할 것인가. 아프리카의 성장을 관중석에서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인프라 구축을 함께할 것인가. 아프리카 산업의 다음 챕터를 위한 경쟁에서 중립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그 챕터를 쓰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

중국 금융은 신용등급으로 배제하는 서구 금융과 부채 의존도를 이용해 레버리지 이익을 얻고 있다. 한국은 그 어느 쪽도 줄 수 없는 것을 제안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바로 기술 이전, 현지 역량 개발, 그리고 공유된 경제적 이익에 기반한 투명한 상업적 파트너십이다.

하지만 위치가 곧 존재감은 아니다. 의도가 곧 투자는 아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세기는 다가오고 있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재다.

유일한 질문은 누가 아프리카와 함께 그것을 건설할 것이며, 누가 밖에서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다. 남아공이 G20에서 기회의 문을 열었다. 인프라 격차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한국이 가진 경쟁 우위는 아프리카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다. 그러나 여전히 활용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기회는 이미 있다. 문제는 다른 누군가가 선점하기 전에 한국이 그 기회를 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티모시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현 대륙아주 변호사, 아프리카 실무 총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테이트대학(University of the Free State) 상학사(B.Com) 및 법학사(LL.B.) 취득, 주한 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법무부 자문위원, 월드지식포럼 및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고위급 패널 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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