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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패션 시장, 유연함으로 대응하라

머니투데이 임지연삼성패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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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패션 시장, 유연함으로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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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연초마다 올해의 패션 시장이 어떠할 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어려운 한 해가 될 거라는 한결같은 답을 하곤 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장기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인공지능(AI) 기술의 빠른 발전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다양해져서다. 우리 연구소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취미와 여가, 여행 등 경험의 영역에 쏠려 있으며 패션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경험 소비를 넘어 여행, 미식 등 특별한 경험에 큰 비용을 사용하는 '경험 사치'가 부상하고 있는 지금, 한정된 지갑 사정 아래 옷장에 대한 투자는 순위가 밀려나고 있다.

그럼에도 수년간 기준점을 밑돌았던 의류비 지출 전망지수가 지난 연말 들어 100을 기록했고 이른 추위로 인한 아우터 수요 증가 등이 실적 회복의 기대감을 줬다. 많은 경제 전망 기관에서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는 가운데 삼성패션연구소가 패션 시장 성장률을 2.4%로 보고 있는 이유다.

러닝 붐과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에 연계한 스포츠 시장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K컬처의 글로벌 성장과 함께 국내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 미학'을 앞세운 한국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작지만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또 유명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늘어나며 한국 패션 시장은 명실상부 아시아 시장의 테스트 베드로 자리매김 중이다.

올해는 특히 패션 시장의 주도권은 이제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큰 유행 대신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다양한 트렌드가 공존하는 시대다. 주요 패션기업이 도입 중인 AI는 이 흐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AI 추천 시스템 고도화는 수많은 대안 속 선택에 대한 피로도를 낮추고 전통적 소비자 여정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우연히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발견 중심 쇼핑' 트렌드가 강화되며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꼭 맞는 브랜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취향이 중요시되는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반영하는 '작은 브랜드'의 약진이 더욱 기대된다.

최근에는 검소하면서도 세련됨을 추구하는 '프루걸 시크(Frugal Chic)'가 부상하면서 절대 권력의 소비자들이 원가, 유통마진, 브랜드 가치 등 가격 구성 요소를 꼼꼼히 검증한 후 구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 패션에서 가장 보수적인 영역에 속하는 오피스웨어 역시 소비자가 중시하는 실용성과 개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스타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잔존한 2026년 패션 시장은 기업들에게 '상시화된 도전'에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 키워드로 유연성을 의미하는 'WILLOW(버드나무)'를 제안했다. 사자성어 '수기응변(隨機應變)'처럼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의미다. K패션 브랜드들이 버드나무처럼 세태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굳건히 뿌리내리길 기원한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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