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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주도권 뺏길라…與·한은·금융위, 막판 줄다리기

쿠키뉴스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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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주도권 뺏길라…與·한은·금융위, 막판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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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은행지분 51% 룰 필요” vs 금융위 “해답 아냐” 선 긋기
민주당 TF “은행 지분 51%? 혁신 저해할 것”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한국은행과 정치권, 금융위원회 간 막판 줄다리기로 난항을 겪고 있다. 발행 주체의 자격 요건과 감독 권한을 둘러싼 입장이 팽팽해, 당초 목표로 했던 이달 내 정부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규정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두고 한국은행과 막판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발행량에 비례해 국채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해 안정성을 확보한다. 시장조사기관 아르테미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총거래액은 33조 달러(약 4경8000조원)로 전년 대비 72% 급증했다. 정부가 입법을 서두르는 이유도 글로벌 확산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은 “은행지분 51% 룰 필요” vs 금융위 “해답 아냐” 선 긋기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이 제출되면 이를 토대로 의원 발의 법안을 병합 심사할 계획이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통일된 정부안 마련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 쟁점은 발행 컨소시엄의 ‘지분 구조’다. 한국은행은 금융 안정을 위해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 지분이 51%를 넘는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허용하는 이른바 ‘은행 지분 51% 룰’을 고수하고 있다. 디페깅(가치 연동 붕괴)이나 대규모 환매 사태에 대비하려면, 이미 건전성 규제와 유동성 관리 능력이 검증된 은행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금융권에서도 현실적인 자본 동원력을 고려할 때 은행 중심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제기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량 전액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는 ‘1대 1 담보’가 원칙인 만큼, 핀테크 기업이 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안의 핵심은 100원이 있으면 100원어치만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인데,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현금 유동성을 항시 계좌에 쌓아둘 수 있는 핀테크나 빅테크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가 경제 규모에 맞는 유통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검증된 은행이 끼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금융위 역시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구성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은행이 참여하는 형태의 컨소시엄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법으로 ‘지분율 51%’를 못 박는 것에는 유보적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가 핀테크 기업의 진입을 막아 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은행이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반대로 은행권에 너무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과 안정 사이의 균형을 찾는 해답이 반드시 ‘50%+1주’여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며 지분 구조의 유연한 설계를 시사했다.

민주당 TF “은행 지분 51%? 혁신 저해할 것”

여당과 핀테크 업계에서는 비은행 중심의 발행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디지털자산 TF 간사를 맡고 있는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은행 지분 51% 모델과 관련해 “이런 거버넌스 구조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얻고자 하는 혁신과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특정 업역이 지분을 50% 갖도록 하는 입법 사례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 주도로는 빅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발행 인가 및 감독 권한을 놓고도 시각차가 크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및 외환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총발행량 등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기관 합의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금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인 금융위원회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별도의 합의체는 필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기를 놓칠 경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올해 하반기 이후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6월3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변수다.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이해관계가 복잡한 가상자산 입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일정에 대해 “이달 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며 “작년 말 마무리가 불발된 만큼 시기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