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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이 불붙인 규제 도미노…쿠팡, 플랫폼 분기점 서나

쿠키뉴스 이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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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이 불붙인 규제 도미노…쿠팡, 플랫폼 분기점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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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 본사 현장조사 다시 실시…‘영업정지’ 가능성 거론
금감원 쿠팡파이낸셜‧페이 점검…노동부 법 위반 소지 예의주시
전방위 압박, 업계 ‘규제 불확실성’ 확대…“사회적합의 선행돼야”
쿠팡 사옥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쿠팡 사옥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쿠팡 리스크’가 공정거래·금융·노동 이슈 전반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규제의 초점도 개별 사안에 대한 책임 규명을 넘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전반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쿠팡 한 곳을 넘어 플랫폼 산업 전반의 규제 기준선을 새로 그어놓는 분기점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공정위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복잡한 회원 탈퇴 절차 문제 등과 관련해 지난달에도 쿠팡 본사를 현장 조사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당시보다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뤄져, 향후 공정위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김 의장이 국내 쿠팡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확보한 자료에서 김 의장 또는 친족의 경영 참여가 확인될 경우,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정위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해 쿠팡의 동일인 예외요건 충족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며 “쿠팡에 동일인 변경 사유가 확인되는 경우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에 근거해 쿠팡의 동일인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와 제재의 범위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넘어 전방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쿠팡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불공정 거래 행위, 이른바 ‘갑질’을 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도 납품업체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의혹이 제기되는 등 관련 논란은 이어져 왔다.


시장감시국과 유통대리점국은 쿠팡이 입점업체들의 판매 데이터를 자사 PB(자체브랜드) 상품 기획·출시에 부당하게 활용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 이익을 극대화했는지 검증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역시 점검에 나서 쿠팡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자회사인 쿠팡파이낸셜과 쿠팡페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제재 수위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감원은 쿠팡파이낸셜의 ‘판매자 성장 대출’이 정산금을 담보로 잡고도 최고금리에 준하는 고금리(최대 연 18.9%)를 적용한 점을 불공정영업행위에 해당하는지, 적합성·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쿠팡페이에 대해서는 결제 정보 유출 여부와 ‘원아이디·원클릭’ 구조에서 신용정보 이동 절차의 적정성을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도 쿠팡의 일용직 주휴수당 미지급 등 취업규칙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용부는 “법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며 추가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쿠팡을 둘러싼 조사와 점검이 복수의 정부 부처로 동시 확산되면서,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업 리스크를 넘어 플랫폼 전반의 규제 기준선을 다시 그을 수 있는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공정거래·개인정보·노동·금융 영역의 이슈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규제 당국의 판단이 각각의 제재로 누적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예측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와 정부가 제재 수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플랫폼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전방위 조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플랫폼 공정성 판단 기준과 산업 특성이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기조가 독과점, 노동, 거래 관행 등 쿠팡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사회적 컨센서스를 먼저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현재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시간을 두고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과거 대형마트 성장기에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법 규제가 시간이 지나 현재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를 되풀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통 혁신의 시기인 만큼 규제 목적에 부합하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