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지위약금 면제 이후 14일 동안 번호이동 66만건
시세 밝은 일부에 혜택 집중, 허위광고·불완전판매 늘어
이통사별 가입자 순증감. /그래픽=최헌정 |
KT가 해지위약금을 면제한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1월13일까지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이른바 '가입자 대이동'이 벌어졌다. 이 기간에 번호이동 건수는 총 66만4400건으로 하루 평균 4만7000건 이상의 이동이 이뤄졌다. 평소 하루 1만~1만5000건 수준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해킹사고로 시장점유율 40%가 무너진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이통3사가 가입자 유치경쟁에 나선 결과다. 다만 위약금 면제혜택이 실제로는 일부 '체리피커'(얌체소비자)에게만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가입회선은 총 5764만개다. 이번 위약금 면제기간에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전체의 1.2%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KT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이탈한 31만명 가운데 가입기간 1년 미만의 단기고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이후 이른바 '성지점'에서 지원금을 차등지급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시세정보에 밝은 일부 이용자만 혜택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KT 가입자 B씨는 "단말기 교체 없이 SK텔레콤으로 유심(범용가입자식별모듈)만 옮겨도 15만~20만원을 준다고 해 관심을 가졌는데 성지점에선 40만원까지 준다고 하더라"며 "같은 고객인데 차별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성수기에 유통점간 경쟁도 과열되면서 허위·기만광고와 불완전판매 사례도 잇따랐다. 단통법 도입 이전의 혼탁한 시장관행이 되풀이됐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통사 대항마로 육성해온 알뜰폰(MVNO)업계는 울상이다. 위약금 면제기간에 알뜰폰 가입자는 1만7300명 순증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16만5400명, LG유플러스는 5만5300명 순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알뜰폰의 순증폭이 더 크지만 위약금 면제라는 단기 이벤트에서 이통3사가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내면 알뜰폰은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과연 누구를 위한 위약금 면제였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는 '사이버 침해사고시 위약금 면제'라는 새로운 규칙이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출신 한 전문가는 "과기정통부가 위약금 면제결정을 내리기 위해 법률자문을 받았을 당시에도 모든 의견이 찬성인 건 아니었다"며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시장개입을 하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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