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고속도로’ 핵심 과제인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에 대해 다른 부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전력은 13일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하남 동서울변전소 사업 진행과 관련해 “대체 부지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지로 팔당댐 상수원보호구역과 동서울요금소 인근의 옛 미군 기지, 감일동 광암마을 등 세 곳을 꼽았다. 한전이 대체 후보지까지 꼭 집어 공개한 것은 이미 부지 변경 타당성 조사를 상당히 진행했다는 뜻으로 최종 부지가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7000억 원을 투입해 동해안부터 수도권까지 잇는 280㎞ 초고압직류전송(HVDC) 송전선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이 사업의 마지막 구간이다. 주민 반발과 지역 이기주의, 정부의 조율 실패로 송전선로 사업은 8년이나 지연되는 홍역을 치렀다. 최종 부지를 두고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계속되면 송전선로 사업이 또 미뤄지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중심을 잡고 사업을 추진해야 할 정부가 되레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큰 문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를 검토한 결과 위법 사항이 없었다”며 “동서울변전소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달 만에 정부 입장이 바뀐 것으로 정책 신뢰를 스스로 허문 꼴이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도 “지역 이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정쟁을 부추겼다가 청와대가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여기에다 기후부는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3000명 대상의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무책임한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승패는 전력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너지 정책 수립과 실행을 둘러싼 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국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정부는 정치적 유불리나 지역주의를 떠나 오직 산업 경쟁력과 국익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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